나를 투시하다 2

2005.12.25 02:33

강학희 조회 수:1390 추천:120

나를 투시하다 2 / 강학희
            -대장내시경


터널 속으로 불이 들어간다.  
캄캄한 동굴 저 아래로
번득 번득 통방울 외눈 희번득이며
굼실굼실 기어 들어간다.

덜컹, 덜컹이는 굴렁쇠
길고 어둡고 음습한 내 허기진 통로
감지된 돌출물 파헤쳐지는가
환청처럼 먼 진동, 굉음 울린다.
터널을 휩쓴다.
스스로는 배설할 수 없던
내 안에 섭생한 미움욕망분노오만의
변종세포, 폴립* 뿌리 채 도려진다

태초의 동굴처럼 가물가물 멀어있던 터널
마침내 울 엄마 하얀 옥양목 치맛자락 같은 환한 빛,
기다리고 있던 한줄기 시간이 채워진다
펄럭이는 나를 차지한다.


*polyp/용정茸腫: 체강(體腔) 벽에서 튀어나와 자라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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