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억

2005.10.02 06:36

강학희 조회 수:101 추천:9









    행복의 기억 ♣



    잠을 잘 때도
    음악을 듣는

    그는 아침에 눈을 뜨면
    흠-, 흠- 두어번 목울대를 정돈하고
    원두를 곱게 갈아 커피를 끓인다

    그는 푸른 셔츠를 입기 전
    틀-, 틀- 두번씩 수염을 밀어내고
    낮은 콧노래로 나를 깨운다

    그는 함께 떠날 때까지
    탈-, 탈- 차를 데워
    추위를 무던히 타는 나를 기다린다

    그는 한밤중 좌판 소리에 깨어
    츳-, 츳- 연민을 듬뿍 타서
    인삼차 한잔을 놓아주고 간다
    .
    .
    .
    삼십년 넘는 세월
    그를 다 안다고 여겼는데 생각해보면
    이렇게 작은, 나를 위한
    혹은 확인을 즐기는 그의 습관 밖에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가 없다면
    나는 이 작은 것들이 그리워
    많은 날 그의 생각에 가슴을 저밀 것이다
    생각해보면 작은 일이라
    결코 잊을 일은 아닌 것이다

    몸에 배어 스쳐 지나가는
    이런 작은 향기가 참으로 귀한 것이다
    진정 아끼고싶은 행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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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메모:

    우린 많은 경우 큰 것만 보느라 잠시만 비워도 그 부재의 공간이 썰렁하게 드러나는
    이런 작은 것들을 무심히 흘려 보낸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것은
    실상은 이렇게 아주 작은 애잔한 눈길로 자신도 잘 모를 만큼 미세한 것을 읽어주는
    배려가 깔린 마음일 게다.

    우리가 잊지못해 다시 떠올리는 추억들을 들춰보면 그 당사자나 사물에 대한 그리움이
    라기보다는 그러한 경험들을 함께 나눌 수 없는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피를 나눈 부모
    형제, 자식 또는 부부라 해도 이러한 미세한 마음의 나눔이 없다면 우린 서로에대해서
    끈끈한 감정의 끈을 가질 수가 없을 것이다. 또 피 한방울 나누지 않은 남이라도 이런
    교감을 느낄 때 우린 진한 우정으로 가슴이 울렁인다.

    생각해보면 작은 것이 더 아름다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조차 외로움의 한 양상일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고독은 우리 삶의 촉촉한 수분의 공급원임이랴... 이젠 작은 몸짓,
    작은 표현, 작은 선물등 작은 나눔들에 마음이 짜르르 몽그라지는 걸 보면 아마도 스스
    로 작아져 스러질 우리 모두의 안타까움이 서서히 보이는 걸 게다.

    나는 작은 것들이 좋다. 들꽃무리의 작은 얼굴, 풀벌레의 가는 울음, 허밍 버드의 쪼끄
    만 노래, 이슬방울의 순간의 반짝임, 오솔길에 비친 햇살 한 줄... 이런 작은 것들이
    얼비치는 조그만 얼굴들을 만날 때마다 전율에 오소소 소름이 돋고 생기가 돈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에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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