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검사

2003.05.13 18:48

조옥동 조회 수:312 추천:34

조옥동

시력검사를 했다
난시가 심해졌다
사방으로 흩어진 길은 목표가 어딘지
먼 곳에 떠있는 구름만이 보인다
근시의 거리는 더 짧아지고
이리 저리 눈을 돌려도 초점이 잡히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초조함이 더한 것은
내 눈 때문이라 핑계를 댈가
마음 속에 그어 논 그 길 분명했는데
엷게 흐려지고 끊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희미해진다

천둥과 번개가 요란한 여름날
몇 번씩 가슴이 내려앉는
하늘 무너지는 소리에
수없이 갈라지고 물에 빠진 길
젊은 날 눈발 속에 뜨거운 입김으로 달음질하던 길
발보다 큰 신을 얻어 벗겨 질 가 조심스레 걸어왔는데
이제 그리 멀지 않은 종착역
세월의 소실점 향하여
희미해진 시력은
초점을 맞춘다.

걸음걸이 비투르지 않으려고
시력검사를 한다
안경을 새것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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