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여행

2003.05.13 18:53

조옥동 조회 수:441 추천:38



오월의 여행


                                   조옥동

오월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눈빛이 닿는 곳마다
환호하는 계절의 갈채
양파보다 엷은 땅껍질의
색채들을 토해내는 딸꾹질 소리

흔적 없는 기억들을
차창밖에 뿌리면
비좁게 자리잡는 옛 얼굴들
구석으로 밀려 뿌옇게 바래인 흑백사진들
칸칸이 나와 앉아
물안개 자욱한 섬으로 떠오다 밀려가는

산허리 굽이마다 어지러운 기차는
헛된 꿈의 나래들을 흰 구름 속에 내리고
뿜어내어 던지는 어제의 욕망으로
가벼운 트림을 한다

돌아오는 길은 저녁노을도 침몰한
아득한 어둠 속
내일의 터널을 향하여
오늘의 계곡 흔들리며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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