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여행
2003.05.13 18:53
오월의 여행
조옥동
오월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눈빛이 닿는 곳마다
환호하는 계절의 갈채
양파보다 엷은 땅껍질의
색채들을 토해내는 딸꾹질 소리
흔적 없는 기억들을
차창밖에 뿌리면
비좁게 자리잡는 옛 얼굴들
구석으로 밀려 뿌옇게 바래인 흑백사진들
칸칸이 나와 앉아
물안개 자욱한 섬으로 떠오다 밀려가는
산허리 굽이마다 어지러운 기차는
헛된 꿈의 나래들을 흰 구름 속에 내리고
뿜어내어 던지는 어제의 욕망으로
가벼운 트림을 한다
돌아오는 길은 저녁노을도 침몰한
아득한 어둠 속
내일의 터널을 향하여
오늘의 계곡 흔들리며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