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은 지금 없어요
2003.11.29 19:28
옥은 지금 없어요
조옥동
"옥은 지금 없어요."
모니터의 스크린 쎄이버
나의 외출을 핑계로
환하게 온몸을 드러내
시간의 지루한 넝쿨을 잡고
계속 달린다
주인 없는 방을 지키는 전등
비스듬히 눕고싶은 허리를 세우고
부푼 가슴 사방을 보고 누군가의 손끝을 사모하는데
"옥은 지금 없어요." 모니터는 딴 청을 하고
터질 듯 수많은 입술은
매끄러운 스크린의 표면장력 뒤에서
출렁이는 유혹의 바다에 하얀 칼날을 세워
어망 사이사이 박힌 톱뉴스 살점을 삼키는
초고속 톱니 날카로운 사이버 이빨을 숨기고
"옥은 지금 없어요"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소리 죽은 메아리
솔직히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은 어디에 있을까
제 멋대로 나 아닌 것이 나를 말 해주는 세상
살아 온 길
"옥은 영원히 없어요."
조금은 억울해 가슴 속 스크린 쎄이버 말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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