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이어 온 땅에

2004.01.17 18:15

조옥동 조회 수:542 추천:59

<2002년 미주중앙일보 송년시>

소망이여 온 땅에
조옥동

어지럽게 흩어진 시간들 줄을 서 퇴장한다
빠져나갈 출구는 하나
열기를 주저하는 섣달 그믐 두려움의 문
바래고 구겨진 영광의 깃발 내리고
낡은 허울 던져버린 이 길은 순리로 통하는 길

젊음의 함성 붉게 타오르던 광장에도
풀꽃처럼 짓밟힌 영혼 촛불로 밝힌 거리에도
맨 몸에 불을 붙여 산화하던 분노의 바리케트 위에도
한 해의 끄트머리 핏빛으로 노을은 지는데
세월이 삼켜 버린 그 날들 반납할 수 없기에
회한과 겸손의 두 손 우러러 기도로 닿는 하늘이 있다.

봄여름 겨울까지 바쁘게 연출한 회전무대의 막이 내린다
화려한 대사는 멎고, 이어지는 침묵
슬픔과 눈물 없이 설 수 있던 생명이
전쟁과 죽음 없이 쟁취한 자유와 평화가
희생과 고통 없이 얻어진 사랑이
터진 상처 하나 없이 열매 맺는 나무 있느냐고
처연한 눈빛만 가슴을 뚫는다.

창(窓)밖에 사랑의 서정이 별빛으로 내리는 이 계절
미움과 부정 교만과 거짓의 패자들 고통의 멍에를 풀고
믿음과 진실 화해와 회복의 승(勝)자가 되는
소망이여! 온 땅에 햇살처럼 샘물처럼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3 이른 봄 아침에 조옥동 2003.05.10 398
222 내 뼈 속에는 악기가 조옥동 2003.05.10 415
221 숫자 놀음 조옥동 2003.05.10 450
220 보이지 않는 길 조옥동 2003.05.10 446
219 인생의 화학방정식 조옥동 2003.05.13 482
218 죽도록 슬픈 사람은 조옥동 2003.05.13 348
217 시력검사 조옥동 2003.05.13 312
216 오월의 여행 조옥동 2003.05.13 441
215 Re.. 경이롭습니다. 조옥동 2003.05.14 349
214 너무도 변한 거리에서 조옥동 2003.06.02 319
213 오늘을 여는 기도 조옥동 2003.07.04 378
212 솔잎으로 지는 7월 조옥동 2003.07.04 320
211 빗방울 되어 조옥동 2003.07.22 310
210 철로가 있는 풍경 조옥동 2003.08.23 358
209 옥은 지금 없어요 조옥동 2003.11.29 454
» 소망이어 온 땅에 조옥동 2004.01.17 542
207 거울 속의 허상 조옥동 2004.02.01 609
206 작은 방 하나 조만연.조옥동 2004.07.28 359
205 꿈이었던 여름 조만연.조옥동 2004.07.28 348
204 기도의 그림자 속으로 조만연.조옥동 2004.07.28 526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
전체:
97,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