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허상

2004.02.01 16:12

조옥동 조회 수:609 추천:51

거울 속의 허상

                                                              조옥동

거울을 사용하지 않고 사는 인종이 세상에 있을가?  오늘날 거울은 생활의 필수품이 되고있다.  거울이 크게 공헌한 분야는 성형수술의 발달을 손꼽아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자주 그리고 오래도록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신체 부위 중 만족할만한 곳은 거의 없고 이곳 저곳 고치다 보니 이제는 한국 여성들의 눈은 한결같이 쌍꺼풀이 지었고 콧날도 모두 오똑하고 예뻐서 특히 젊은층은 미인이 아닌 사람이 없게 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모두 쌍둥이 같이 닮은 꼴이 될 것 같다.  대체 거울의 속성는 무엇인가?
  거울은 빛이 있는 곳에서만 거울이다.  아무리 비싸고 아름다운 거울일지라도 암흑 속에서는 쓸모 없는 물건이며 돌맹이에 지나지 않는다.  거울은 빛의 반사작용으로 얼굴이나 물체를 비추어 볼 수 있다.  옛날엔 쇠나 구리로 만들어 썼던 것이 지금은 유리로 만들어 쓰고 있다.  거울은 유리와는 달리 한쪽으로만 빛을 반사하고 뚫고 나가지 못하게 뒷면에 검게 칠을 하였기 때문에 거울 뒷면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유리창이 많은 실내는 밝은 빛을 통과시켜 밝고 내부에서 바깥을 반대로 외부에서 안쪽을 볼 수 있으나 거울은 아무리 큰 면을 가졌어도 한쪽만을 볼 수 있다.
유리가 빛을 굴절통과 시키는 성질이 있다면 거울은 반사시키는 성질만 있다.  거울은 앞에 있는 대상을 대칭으로 비추고 있어 표면을 축으로 할 때 180도 회전된 모습이 비취고 있다.  우리의 온전한 모습을 100% 정확히 비춰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때로는 거울의 표면이 잘 못된 것도 있어 실물과는 다르게 일그러진 상태로 비출 때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실상, 즉 교훈이 될만한 모범이나 규범을 표현하는 단어로 거울을 사용하고 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 되라 하고 제왕은 신하와 백성의 거울로, 지도자는 사회의 거울이 되라 한다.  과연 모든 것을 가장 정확하고 온전하게 비쳐보는 거울은 있을까.

옛날 어느 나라의 왕이 매일 보석으로 장식한 왕관을 쓰고 아름답게 수놓는 제왕의 복장을 하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뽑내었다.
백성은 어떻게 살든 관심 없이 자기만을 생각하고 만족했다.  어느날 왕은 매일 보는 거울을 시종이 딴 곳으로 옮긴 사실을 모르고  찾았으나 거울은 보이지 않고 거울이 놓여 있던 곳의 높은 창문을 통하여 궁궐 밖의 풍경을 바라 보게되었다.  거리를 왕래하는 백성들의 모습은 초라하고 지치고 굶주린 모습이었다.  병들고 먹을 것을 찾으려 구걸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보았고 노인들은 굽은 허리를 끌며  방황하였다.  왕은 자기만의 호의호식과 화려한 생활을 뉘우치고 백성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려 고통을 함께 하는 선정을 베풀게 되었다.
오늘날도 우리의 대부분은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우리가 오직 자신만을 그리고 자기 가족과 자식만을 생각하고 관심을 쏟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은 볼 수 없고 이웃의 소리도 듣지 못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거울을 닦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직업과 관계되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육체의 눈으로가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매일 자신을  바라보며 이 거울이 흐려질까 염려하는 사람들이다.
자기의 심신을 수련하고 신앙생활에서 또는 관심 있는 책 속에서 선각자들을 만나 그들의 교훈을 배우고, 이웃과의 생활과 대화 속에서 작은 진리를 찾고 진솔한 인생체험을 해보려 노력하는 우리의 소박하고 알뜰한 이웃들, 그 따뜻한 가슴속에서 수없이 많은 맑은 마음의 거울이 닦여지고 있는 것이다.
곳곳에 거울이 있어 자연스럽게 비쳐 보고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므로 거울은 많이 있어도 좋다.  마찬가지로 모든 분야에 인생의 반듯한 거울이 될만한 인물이 많이 나와 흐려진 사회를 환히 비춘다면 깊게 파인 세상의 주름도 많이 펴질 것이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아니하든 서로의 거울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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