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었던 여름
2004.07.28 12:14
꿈이었던 여름
조옥동
내 앞을 지나 간 것
우리의 곁을 떠난 것도 많다.
사색의 밀실에 촛불을 켜고
추운 밤을 지샌 후
앙상한 가지에 내일이란
새 꿈의 씨눈을 숨겨 두고
겨울이 물러가듯
고뇌만을 새하얗게 얹히고
떠나간 날들도
삶의 숲 속에 봄빛은 비켜 가고
꿈이었던 여름은 오지 않았다.
여름이 없는 가을은
포기하는 자의 처절한 얼굴로
어두운 장막을 내린다
황량한 들판에 뒹구는
속 비인 주검들 위에
고통의 언덕에 심겨지는
지혜의 뿌리들
얼마큼 깊어지면
메마른 땅에 꽃을 피우고
올곧은 의식의 흰 뿌리
뽑히지 않을까
꿈속에나 찾아오는 여름은
얼마큼 긴 잠을 깨어야
열매 푸르게 매달고
땀 흘리며 익고 있을까
성숙(成熟)의 빛 가을볕에.
조옥동
내 앞을 지나 간 것
우리의 곁을 떠난 것도 많다.
사색의 밀실에 촛불을 켜고
추운 밤을 지샌 후
앙상한 가지에 내일이란
새 꿈의 씨눈을 숨겨 두고
겨울이 물러가듯
고뇌만을 새하얗게 얹히고
떠나간 날들도
삶의 숲 속에 봄빛은 비켜 가고
꿈이었던 여름은 오지 않았다.
여름이 없는 가을은
포기하는 자의 처절한 얼굴로
어두운 장막을 내린다
황량한 들판에 뒹구는
속 비인 주검들 위에
고통의 언덕에 심겨지는
지혜의 뿌리들
얼마큼 깊어지면
메마른 땅에 꽃을 피우고
올곧은 의식의 흰 뿌리
뽑히지 않을까
꿈속에나 찾아오는 여름은
얼마큼 긴 잠을 깨어야
열매 푸르게 매달고
땀 흘리며 익고 있을까
성숙(成熟)의 빛 가을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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