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나를 삼킨다

2006.03.19 19:24

조만연.조옥동 조회 수:565 추천:53

어둠이 나를 삼킨다
        
                            조 옥 동                      


  어둠이 소리 지른다 노을을 벗으며 소리 깊은 뿌리를 내린다 대지를 움켜잡고 진통을 한다


  움츠린 그늘이 허리를 펴고 어둠의 꼭지를 틀면 핏물 쏟아지는 소리 가난이 배고픔을 몰아 넣고 군불을 때던 아궁이 저 목젖이 뜨거운 초저녁 피고의 자리에 나를 앉히고 침묵의 변론을 펴는 시간 주저앉은 산 메워진 강 하늘을 끌어당긴 마천루도 빛의 한계 그 위에 드러눕는다 혓바닥이 닿도록 엎드린 절대의 겸손이 한없이 편안하다 칙칙한 장삼을 걸치고 걸어가는 숲의 그림자 쫓는 우리의 뒷모습이 슬픈 계절 생명은 다가오는 저항의 연속인 것을 바람을 안고 몸부림치는 어둠을 먹자 어둠을 몸에 바르자 모든 빛이 하나가 된 깊은 빛 어둠을


  대지와 하늘 사이 멀고 먼 밀폐처럼 마음과 마음, 존재와 존재, 낮과 밤 사이 수 없이 가로 선 벽을 허물어내는 어둠이 나와 낯선 나 사이 벽을 허물고 나를 삼킨다 나를 먹는 소리 내 귀에 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3 계절이 생리를 치르고 나면 (2007년 5월 발간 <시인의 눈> 3집에서) 조만연.조옥동 2007.05.22 446
62 시詩 비늘 조만연.조옥동 2007.03.14 412
61 그리움의 노래 조만연.조옥동 2007.01.04 413
60 새벽 시장 조만연.조옥동 2007.01.04 306
59 새해 세쿼이아숲에서 조만연.조옥동 2007.01.02 335
58 분 바르는 글 한 줄 조만연.조옥동 2007.01.02 365
57 꿈의 PH 7.0 구역 조만연.조옥동 2006.09.23 381
56 깨진 유리창이 웃는다 ---- <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6년 9-10월호 조만연.조옥동 2006.09.16 567
55 살아 남을 역사 그것이 두렵다 조만연.조옥동 2006.08.25 377
54 문인이 문인이 되려면 조만연.조옥동 2006.08.13 565
53 달개비 죽 조만연.조옥동 2006.08.13 446
52 하얀 재채기(2006년 여름 출간"시인의 눈" 2집 에서) 조만연.조옥동 2006.07.08 541
51 박남희 시집 <이불속의 쥐>에서---[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06년 5-6월호 조만연.조옥동 2006.06.10 768
50 발보아 호숫가의 철새들(2006년 <에세이 21> 여름호에서) 조만연.조옥동 2006.06.10 571
49 시간은 두 발에 징을 박고 조만연.조옥동 2006.03.19 537
» 어둠이 나를 삼킨다 조만연.조옥동 2006.03.19 565
47 한국사람 냄새 조만연.조옥동 2005.11.21 732
46 쏟아지는 햇살 아래------LA 성시화대회 특집3호 (2005년 11월17일 발행) 조만연.조옥동 2005.11.21 516
45 태풍이 지난 후 조만연.조옥동 2005.11.14 567
44 이명(耳鳴) 조만연.조옥동 2005.11.14 556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
어제:
1
전체:
97,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