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생리를 치르고 나면

                                           조옥동

차창 밖 눈앞에 핏물이 번진다
번잡한 도로변에 빈집인가
네 귀퉁이 힘주어 적막을 매달아
앞뜰과 뒤뜰에 저토록 끈적거릴 무엇인지
피를 토하는 낮의 괴기를 바로 보기 두려워
외면하고 지나치는 길
궁금증이 옆 눈으로 훔쳐보다
그 집 지붕에서 굴러 떨어지는 한낮의 햇빛이
납자기 엎드린 민들레 꽃등을 가볍게 찧고 올라
길모퉁이 팜 트리 손바닥에서 전선줄 너머로
햇살방아 돌아가는데 새소리 기척 없어 침묵하는 봄  
호젓한 뜨락에 적 매화 두 그루
지나는 겨울을 제일 먼저 용서하며
흥건히 눈물 흘리고 서서
마른 것, 갈증뿐인 세상을 적시고 있다

허기진 정월, 초승달 올려 보던 청승스런 미소는
안개비 저쪽 희미한 그림이다
싸늘한 세멘불럭 울타리 무거운 여백을 두르고
눈감은 나뭇가지 여린 살
소우주를 여느라 미열 오른다

바람과 눈물과 빗물로 생리를 치르며
계절은 몸살을 앓고서야
무심한 세월 젊잖게 철들고 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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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이 생리를 치르고 나면 (2007년 5월 발간 <시인의 눈> 3집에서) 조만연.조옥동 2007.05.22 446
62 시詩 비늘 조만연.조옥동 2007.03.14 412
61 그리움의 노래 조만연.조옥동 2007.01.04 413
60 새벽 시장 조만연.조옥동 2007.01.04 306
59 새해 세쿼이아숲에서 조만연.조옥동 2007.01.02 335
58 분 바르는 글 한 줄 조만연.조옥동 2007.01.02 365
57 꿈의 PH 7.0 구역 조만연.조옥동 2006.09.23 381
56 깨진 유리창이 웃는다 ---- <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6년 9-10월호 조만연.조옥동 2006.09.16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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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문인이 문인이 되려면 조만연.조옥동 2006.08.13 565
53 달개비 죽 조만연.조옥동 2006.08.13 446
52 하얀 재채기(2006년 여름 출간"시인의 눈" 2집 에서) 조만연.조옥동 2006.07.08 541
51 박남희 시집 <이불속의 쥐>에서---[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06년 5-6월호 조만연.조옥동 2006.06.10 768
50 발보아 호숫가의 철새들(2006년 <에세이 21> 여름호에서) 조만연.조옥동 2006.06.10 571
49 시간은 두 발에 징을 박고 조만연.조옥동 2006.03.19 537
48 어둠이 나를 삼킨다 조만연.조옥동 2006.03.19 565
47 한국사람 냄새 조만연.조옥동 2005.11.21 732
46 쏟아지는 햇살 아래------LA 성시화대회 특집3호 (2005년 11월17일 발행) 조만연.조옥동 2005.11.21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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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이명(耳鳴) 조만연.조옥동 2005.11.14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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