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하나 되어
2007.05.26 19:28
가시 하나 되어
30년도 훨씬 자라 병든 선인장 한 그루
톱이 쓸고 삽으로 파헤치고
전기톱은 자르고 망치로 두드리고
송두리째 뽑아내는 일
겉모양은 측은하게 마르고 있었는데
억울하게 물러나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힘은
썩지 않고 흙 속에 묻혀 있는 줄을
마지막 뿌리 끝까지 끊기고 으깨져서야
접근을 방어하던 갑옷을 버리고
수십 년의 세월이 손 놓고 투항을 한다
침묵한 슬픈 언어까지는 온전히 뽑지 못해
처연한 눈빛에 손톱 밑이 찔리며
쓸려 가는 잔해들을 공들여 수습한다
문자판을 가볍게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대로
손가락 끝 하나로 길들여지는 세상에서
노동은 고집스럽게
땀 흘려 물집 터져 피 흘리는 체험으로
온 말초신경세포까지 나른한
휴식의 허약함을 깨워 놓는 처방전을 내 놓고
내 사는 세월도 누굴 간간이
의미 있게 찌르며 영원히 박혀도 좋을
잊혀 질 않는 그런 가시 하나 되고 싶도록
죽은 선인장이
그 날카로운 혀가 나를 찌르다
30년도 훨씬 자라 병든 선인장 한 그루
톱이 쓸고 삽으로 파헤치고
전기톱은 자르고 망치로 두드리고
송두리째 뽑아내는 일
겉모양은 측은하게 마르고 있었는데
억울하게 물러나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힘은
썩지 않고 흙 속에 묻혀 있는 줄을
마지막 뿌리 끝까지 끊기고 으깨져서야
접근을 방어하던 갑옷을 버리고
수십 년의 세월이 손 놓고 투항을 한다
침묵한 슬픈 언어까지는 온전히 뽑지 못해
처연한 눈빛에 손톱 밑이 찔리며
쓸려 가는 잔해들을 공들여 수습한다
문자판을 가볍게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대로
손가락 끝 하나로 길들여지는 세상에서
노동은 고집스럽게
땀 흘려 물집 터져 피 흘리는 체험으로
온 말초신경세포까지 나른한
휴식의 허약함을 깨워 놓는 처방전을 내 놓고
내 사는 세월도 누굴 간간이
의미 있게 찌르며 영원히 박혀도 좋을
잊혀 질 않는 그런 가시 하나 되고 싶도록
죽은 선인장이
그 날카로운 혀가 나를 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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