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모니까 저녁바다

                                    조옥동

낮의 햇살을, 밤에는 별들을 익사시키는
속살이 부드러운 검푸른 가슴    
끝없이 구겨진 억년세월을  
빨래하는 바람의  
노동이 무겁게 출렁인다

끈끈한 밀어에 떨치지 못하는 미세한 분자들
하루를 뜨겁게 뒤척이던
혓바닥이 빨갛게 헹궈 내는 저녁하늘
영원히 밀고 밀리는 두 개의 바퀴가 긋고 가는
수평선, 우주의 입술이 굳게 닫치는 시간
이 끝과 저 끝이 만남은 눈물이다

허공을 썰어 내는 물 갈비 퍼런 날을 세워도
산타모니까 해변은 하얗게 웃으며
소용돌이 속에도 녹지 않는 대낮의 소리
언어들은 짭짤하게 절여지고  
떼 지어 유영하던 색색의 젖가슴들 터질 듯
하늘을 찌르던 오만의 파라솔을 접는다

배설물을 흘리던 대낮의 껍질이 매끄럽게 벗겨지고, 검게 쫓아오는
파도소리에 흩어진 조가비들 귀가 뚫리고, 외항에서 돌아 온 생각이
환상의 헤드라이트를 켜다
시작이란 내일의 저를 찾아
퍼시픽 1번 국도는 달려 나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 꿈을 꾸다 -(2009년 <서시>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09.06.26 443
122 지상의 비닐하우스/ 한국 2013년< 시인의 눈> 조만연.조옥동 2013.07.25 442
121 오월의 여행 조옥동 2003.05.13 441
120 바다에 다시 쓰는 약속/한국<시와지역>2010년 겨울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40
119 어머니날 카드 조만연.조옥동 2009.05.08 440
118 세금보고와 독도문제 조만연.조옥동 2005.04.22 440
117 무덥고 목마른 여름/'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9.22 438
116 바위에 대하여/선정주--조옥동의 時調散策(1);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4.26 438
115 눈물로 쓰는 편지/2010년 L.A '밸리코리언뉴스' 신년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35
114 성하의 초록빛 갈채를 보내다/2010년 미주한국일보 창간 41주년 축시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35
» 산타모니까 저녁바다(시로여는세상 2007년 가을호) 조만연.조옥동 2007.09.05 435
112 성탄의 종소리 울려 퍼지니 조만연.조옥동 2004.12.11 435
111 시간은 두 발에 징을 박고 조만연.조옥동 2012.04.22 433
110 최선호 시집"나의 엘로힘이여,MY ELOHIM!"을 읽고 ------조옥동 조만연.조옥동 2008.10.08 433
109 내 기억 속에 내리는 비는 /2015 재미수필 조옥동 2016.01.17 433
108 선정주의 시조-바위에 대하여 조만연.조옥동 2005.01.12 432
107 달구경 조만연.조옥동 2012.03.25 427
106 가을에 띄우는 편지 조만연.조옥동 2004.11.28 425
105 종일 눈이 내리고/「現代詩學」2012년 3월호, 신작특집시 조만연.조옥동 2012.03.15 424
104 파피꽃 언덕/2010년 한국<시인의 눈>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19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
어제:
2
전체:
97,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