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모니까 저녁바다

                                    조옥동

낮의 햇살을, 밤에는 별들을 익사시키는
속살이 부드러운 검푸른 가슴    
끝없이 구겨진 억년세월을  
빨래하는 바람의  
노동이 무겁게 출렁인다

끈끈한 밀어에 떨치지 못하는 미세한 분자들
하루를 뜨겁게 뒤척이던
혓바닥이 빨갛게 헹궈 내는 저녁하늘
영원히 밀고 밀리는 두 개의 바퀴가 긋고 가는
수평선, 우주의 입술이 굳게 닫치는 시간
이 끝과 저 끝이 만남은 눈물이다

허공을 썰어 내는 물 갈비 퍼런 날을 세워도
산타모니까 해변은 하얗게 웃으며
소용돌이 속에도 녹지 않는 대낮의 소리
언어들은 짭짤하게 절여지고  
떼 지어 유영하던 색색의 젖가슴들 터질 듯
하늘을 찌르던 오만의 파라솔을 접는다

배설물을 흘리던 대낮의 껍질이 매끄럽게 벗겨지고, 검게 쫓아오는
파도소리에 흩어진 조가비들 귀가 뚫리고, 외항에서 돌아 온 생각이
환상의 헤드라이트를 켜다
시작이란 내일의 저를 찾아
퍼시픽 1번 국도는 달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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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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