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날 카드

2009.05.08 17:03

조만연.조옥동 조회 수:440 추천:41

        어머니날 카드  

                                                                                                                      조옥동


올해도 나는 어머니날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일이 감사하다.  몇 해 전부터 어머니날 카드를 고를 때마다 나는 이번이 이 카드를 고르는 일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 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내려앉곤 한다.  어머니께서 팔순을 넘기 신지가 벌써 열 두 해가 지났다. 마음 같아서는 어머니날 카드를 한 장이 아니고 여러 장을 사서 해마다 써 드리고 싶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아름다운 수십 종의 카드를 한데 묶어서 드리고 싶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종류보다는 어머니께서 받아보시고 좋아하실 화려한 것을 선택한다. 어머니께서는 밝고 화려한 색채를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크기도 제일 큰 것을 고른다. 아마도 이런 마음속에는 나중에 마음껏 못해드린 죄책감으로 후회하고 싶지 않은 나 스스로의 위안을 위한 계산이 다분히 들어있다.
너무도 가벼울 만큼 날이 다르게 조그매지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이제는 오래오래 사시라는 희망보다 내년 어머니날이 돌아 올 때까지 만이라도 하는 바람을 하니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는 차로 15분 거리밖에 지나지 않고 주일마다 모시고 교회를 다니므로 구태여 편지를 쓸 기회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일 년에 세 번은 어머니께 편지 쓰는 날로 생신 날, 어머니날 그리고 성탄절 카드에 어머니께 향한 마음과 못 다한 불효를 뉘우치는 편지를 쓴다.  어머니에 대한 나의 사랑의 고백을 장문의 편지로 쓰기 위해서는 카드 속에는 횐 여백이 많은 것이 좋다.  어머니 머리맡에는 우리 가족들의 사진과 나란히 항상 네 장의 카드가 진열되어 있다.  우리 내외가 드린 것과 성원, 성록, 성심 이렇게 두 손녀 손자 것까지 넉 장이 되돌아가며 진열된다.  어머니날 카드는 생신 날 까지 생신 날 카드는 성탄절까지 성탄절 카드는 어머니날까지 놓아두시고 모두 치워버리는 날이 없다.  보고 싶은 얼굴들을 바라보시며 카드 속에 써 있는 글을 수십 번도 더 읽으시는 어머니, 그 분에게는 우리 다섯 식구가  세상에서 더 없는 피붙이 이다.
매우 바쁘거나 잊어버리고 이삼일만이라도  소식이 감감하면 참고 기다리시다 먼저 전화를 하신다. “에미야! 모르는 편지들이 와 있다”든가 “화분이 마른 듯하니 조금 물을 주면 어떨까?”등의 이유를 붙여 안부를 확인하시는 우리 어머니는 무남독녀인 딸 나 하나만을 기르시고 출가시키셨으니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때로는 그 사랑의 모습과 지혜로운 방법을 어머니께 배워 아이들에게 실천하며 미래의 손자 손녀에게까지 물려주려 한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대부분이 가난하고 온갖 수난으로 점철된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나 고난을 당하면서도 뼈와 살이 다 닳도록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다 희생하시고 평생을 살아 오셨다. 자신은 스러져도 자식을 위해서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으로 온갖 정성을 쏟으셨다. 자신이 먼저 살아야 자식도 있다는 현대 젊은 부모세대의 가치관과는 너무 다르다.  자기 자신도 추스르기 힘들만큼 늙으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들 며느리가 버리고 나간 손자손녀를 맡아 기르는 예의 파손된 가정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포기하고 자신만이 살겠다고 가정을 뛰쳐나간다는 얘기가 이제는 더 이상 톱뉴스나 사회의 관심거리가 되지 않을 만큼 무관심하고 무감각해지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병들어 가는 비극의 무대에 등장하는 피에로이다.
나는 매우 귀중한 상자 하나를 갖고 있다. 부모님, 남편 그리고 세 아이들로부터 받은 편지와 특별한 날마다 받은 카드를 30년 가까이 모아 간직해 둔 것이다. 살다보면 때로 그립고 슬프고 외롭고 마음이 아플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그대가 내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런 날에는 이 상자 속에 담겨있는 그들의 사랑과 만난다.  올해는 어머니께 더 곱고 예쁜 카드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나는 어떤 사랑의 말들이 적힌 어머니날 카드를 받을 가 기다려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 꿈을 꾸다 -(2009년 <서시>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09.06.26 443
122 지상의 비닐하우스/ 한국 2013년< 시인의 눈> 조만연.조옥동 2013.07.25 442
121 오월의 여행 조옥동 2003.05.13 441
120 바다에 다시 쓰는 약속/한국<시와지역>2010년 겨울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40
» 어머니날 카드 조만연.조옥동 2009.05.08 440
118 세금보고와 독도문제 조만연.조옥동 2005.04.22 440
117 무덥고 목마른 여름/'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9.22 438
116 바위에 대하여/선정주--조옥동의 時調散策(1);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4.26 438
115 눈물로 쓰는 편지/2010년 L.A '밸리코리언뉴스' 신년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35
114 성하의 초록빛 갈채를 보내다/2010년 미주한국일보 창간 41주년 축시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35
113 산타모니까 저녁바다(시로여는세상 2007년 가을호) 조만연.조옥동 2007.09.05 435
112 성탄의 종소리 울려 퍼지니 조만연.조옥동 2004.12.11 435
111 시간은 두 발에 징을 박고 조만연.조옥동 2012.04.22 433
110 최선호 시집"나의 엘로힘이여,MY ELOHIM!"을 읽고 ------조옥동 조만연.조옥동 2008.10.08 433
109 내 기억 속에 내리는 비는 /2015 재미수필 조옥동 2016.01.17 433
108 선정주의 시조-바위에 대하여 조만연.조옥동 2005.01.12 432
107 달구경 조만연.조옥동 2012.03.25 427
106 가을에 띄우는 편지 조만연.조옥동 2004.11.28 425
105 종일 눈이 내리고/「現代詩學」2012년 3월호, 신작특집시 조만연.조옥동 2012.03.15 424
104 파피꽃 언덕/2010년 한국<시인의 눈>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19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
어제:
2
전체:
97,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