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 하는 꽃----에피필럼

2009.05.16 09:00

조만연.조옥동 조회 수:575 추천:36

      내가 좋아 하는 꽃
    
         밤에만 피어나는 순백의 멋 ‘에피필럼’

                                                           조옥동


집 뒤뜰에 사계절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진다. 새 싹이나 또는 꽃봉오리가 맺힌 것을 발견하면 다음 날 아침을 기다리는 설레 임은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게다. 마음에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차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는 일, 처음으로 마주보는 꽃의 미소와의 대면은 행복 그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풀꽃을 자세히 바라보는 가슴엔 희열이 맑은 샘물로 고인다.

이른 봄부터 집 주위에는 수십 종의 선인장 꽃들이 줄지어 피어난다. 선인장은 면적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분갈이만 때를 맞추어 해주면 손길을 많이 안주어도 유별나게 선명한 꽃들을 잘 피워 낸다. 가시 몸을 뚫고 피어나는 사막식물의 고혹스런 미가 특별하여 이를 감상하는 즐거움 때문에 새로운 선인장을 계속 수집하고 있다.
3년 전 ‘蘭을 사랑하는 모임’에 갔다가 손바닥만한 선인장을 분양받아 왔다. 꽃이 밤에만 피는 유일한 선인장이라며 요행히 달 밝은 밤에 이 꽃이 피게 되면 그 분은 가까운 친구들을 불러 와인파티를 연다고 했다.  꽃그늘 아래 휘영청 달빛에 취하고 우정에 취해 보는 일은 가히 멋 중의 멋이리라. 이 선인장의 본명은 ‘에피필럼 옥시페탈럼’ 인데 밤에만 피기 때문에 Queen of the Night 또 꽃의 봉오리가 파이프와 유사하여 Dutchman's Pipe Cactus라고도 부른다.

우리 집에 시집을 와 다음해부터 꽃을 피우는데 한 밤중 보름달과 어울려 핀 백색의 꽃을 완상한 기억은 잊을 수 없다. 낮에 피는 선인장 꽃들이 요염한 미를 발한다면 오직 밤중에만 피어나는 이 백색 선인장 꽃은 백합보다 크며 요란한 향기도 내지 않고 그윽한 자태가 마치 하얀 소복으로 단장한 여인의 모습 이상으로 단아하다. 칠흑의 밤을 조용히 밟고 오는 고요한 멋이 은은하여 저립도록 아름답다.

올해는 이 선인장이 세 번째로 꽃봉오리가 맺혔다. 처음 것은 비가 많이 와 피기도 전에 떨어지고 두 번째는 꼭 한 개의 꽃이 피었는데 잠을 자느라 그 만개한 때를 놓쳤다. 다행히 보름 전 젖꼭지 만하게 달렸던 네 개의 꽃봉오리가 밤마다 차례로 피어 우리는 그 절정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뒷마당에 전선줄을 늘리고 등불을 세워놓고 카메라를 장치하고 마음조리며 지켜보았다. 내년엔 우리도 이 꽃이 필 때면 친구들을 불러 놓고 정을 나누며 달빛에 취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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