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다 -(2009년 <서시>여름호)

2009.06.26 16:48

조만연.조옥동 조회 수:443 추천:62

           꿈을 꾸다

                                             조옥동

괴한에게 쫒기며 절벽 밑으로 떨어지다 사방은 캄캄타.
외마디 소릴 지르다. 옆자리 손이 흔들어 깨우며 여직 어린 꿈을 꾼다고, 불평 반 핀잔 속에 길게 오금을 펴고 잠을 청한다.
마주친 검은 그림자 옆을 지나치며 머리끝 송골송골 식은 땀 솟아나던 외진 심부름 길, 후엔 꼭 묻어오던 무서운 꿈의
유년은 늙지도 크지도 않는 이상한 세상
동화 속에 희미한 낡은 그림들

뒷산 바위틈 진달래꽃 손짓은 핏빛으로 멍울진 유혹 이었다
약쑥인가 익모초 으깨진 즙 목젖을 넘을 때 진저리 쳐지도록 씁쓸함
고국, 고향 그리고 그 골목길을 떠나 온 유민에겐
지워지지 않는 홍역의 흔적이다
그리움은 자라지 않는 난쟁이 나라의 꽃밭이다

수 백 미터 하늘 위를 거꾸로 달리는 회전열차를 타며 환호하는 지구아이들, 장차 우주선 티켓을 사려고 줄 서 있거나 화성의 원더랜드에서 스키를 타며 우주 데이트를 즐길 테지. 멸종한 북극곰의 화석이나 찾아 낼 수 있다면, 온통 땅은 마르고 사막으로 뒤덮인 지구를 떠날 피난 짐을 싸야 한다면, 다우존스 수치 바닥을 칠 때보다 아찔하게 위성열차에서 밀치고 떨어져 우주공간의 미아가 되는, 발톱이 빠지도록 북극곰에 쫓기는 누군가

미끄러운 징검다리
오늘을 건너서  

드높은 스카이라인 저쪽 미래로 가고 있다
지구가 그리운 꿈을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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