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배부르다

                                  조옥동

고픔이 많을수록
슬픔이 배부르다
늘 뼈를 삭히는 고통이 벅차오르고
독한 술보다 진정 쓰디 쓴
사랑을 달빛에 풀어 놓는 밤
별은 뜨거운 알몸으로 영원을 안고  
낙하하는 시간의 꼬리까지 불태워 사르다
깊은 어둠의 이마를 짚어주며 묵묵하는 하늘
다시 떠도는 구름이 되고 허공이 되고
알맞게 코를 들이 대고 그리움에 킁킁거리며
무언가 골몰하다 막다른 골목처럼 막히는 심장
부풀었던 삶은 반액세일처럼 간간히
쉽게 처리되다

꿈이 주름 잡히고
영혼 녹슬면 때가 되어
가슴 속 고인 언어들이 차츰 눈을 뜨고
조심스레 오늘을 디디며 한 발 씩
잃어버린 처음을 찾아 가는 길에서
세상 학습 끝마치는 날까지
순수했던 한 순간의 입술과 몸짓으로
나무에 속잎 하나 더 피어나고
공중의 새 한 마리 돌아와 앉아
슬픔이 배고프다 노래한다면
이 세상
기차역을 빠져나가 듯
간이역을 떠나리라 미련의 눈 감고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가을은 마음을 가지 치는 계절/'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3.13 668
102 뉴턴의 사과가 떨어진 가을/'이 아침에'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3.13 519
101 봄볕이 나에게 말을 걸다/'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3.08 597
100 무릎 꿇고서/2009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가을호-조옥동 조만연.조옥동 2009.09.16 412
99 가을산(2009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가을호)--조옥동 조만연.조옥동 2009.09.16 385
98 채소밭 선물(2009년 <에세이 21> 가을호) 조만연.조옥동 2009.08.29 545
97 밥걱정(2009년 현대시 ,시사사발행"시인의 눈") 조만연.조옥동 2009.08.29 371
96 해바라기 마음 (2009< 에세이문학> 가을호) 조만연.조옥동 2009.08.23 495
95 참외와 고향----조옥동 조만연.조옥동 2009.08.20 542
» 슬픔이 배부르다(미주문학 2009 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09.06.27 403
93 행복은 투명한 유리알 -(2009년<서시>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09.06.26 590
92 꿈을 꾸다 -(2009년 <서시>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09.06.26 443
91 그믐달-2009년 <불교문예>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09.06.14 304
90 모래시계(2008년 선수필 가을호) 조만연.조옥동 2009.05.29 496
89 봄 두른 샛터마을 조만연.조옥동 2009.05.18 331
88 나는 가시나무 조만연.조옥동 2009.05.18 280
87 하룻길 조만연.조옥동 2009.05.18 247
86 달구경 조만연.조옥동 2009.05.18 246
85 내가 좋아 하는 꽃----에피필럼 조만연.조옥동 2009.05.16 575
84 혀끝을 굴려라(문학산책 2008) 조만연.조옥동 2009.05.10 257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
어제:
0
전체:
97,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