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서

                                          조옥동

모처럼 하늘을 보는 구나
침묵을 엎어 놓은 또 다른 얼굴
굵은 강줄기 한 복판을 가르고
샛강 몇이 가늘게 흐르는 자그만
내 바다를 건너 주는 조각 배 한 쌍
두 개의 발바닥 나란히 놓여 있네  

제 가고 싶은 길 가지 못하고
거친 길, 불 밭 같은 모래펄 때로 발목 잡는 수렁을
한 평생 밟고 밀고 다닌 굳은 살
가죽인들 이보다 질기고 쇳덩이인들 닳지 않을 가
고달픈 생의 맨 밑바닥을 차지하고 다리를 세우고
몸무게 위에 하늘 높은 꿈을 몇 겹씩
비바람이 흔들어 뒤집어 쓴 세월 얹어
눈물조차 마른 체 낮게 엎드린
신뢰의 덩어리, 버릴 수 없는 땅

때로는 몸을 돌려
눈빛이 닿았어야 하는 곳
몸 꺾고 굽히지 않고서야
제 발바닥조차 볼 수 없음을
무릎 꿇고서
또 하나의 나, 소중한 것
너를 볼 수 있다
세상은 쉽게 보이는 것만이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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