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서

                                          조옥동

모처럼 하늘을 보는 구나
침묵을 엎어 놓은 또 다른 얼굴
굵은 강줄기 한 복판을 가르고
샛강 몇이 가늘게 흐르는 자그만
내 바다를 건너 주는 조각 배 한 쌍
두 개의 발바닥 나란히 놓여 있네  

제 가고 싶은 길 가지 못하고
거친 길, 불 밭 같은 모래펄 때로 발목 잡는 수렁을
한 평생 밟고 밀고 다닌 굳은 살
가죽인들 이보다 질기고 쇳덩이인들 닳지 않을 가
고달픈 생의 맨 밑바닥을 차지하고 다리를 세우고
몸무게 위에 하늘 높은 꿈을 몇 겹씩
비바람이 흔들어 뒤집어 쓴 세월 얹어
눈물조차 마른 체 낮게 엎드린
신뢰의 덩어리, 버릴 수 없는 땅

때로는 몸을 돌려
눈빛이 닿았어야 하는 곳
몸 꺾고 굽히지 않고서야
제 발바닥조차 볼 수 없음을
무릎 꿇고서
또 하나의 나, 소중한 것
너를 볼 수 있다
세상은 쉽게 보이는 것만이 아닌 것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가을은 마음을 가지 치는 계절/'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3.13 668
102 뉴턴의 사과가 떨어진 가을/'이 아침에'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3.13 519
101 봄볕이 나에게 말을 걸다/'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3.08 597
» 무릎 꿇고서/2009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가을호-조옥동 조만연.조옥동 2009.09.16 412
99 가을산(2009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가을호)--조옥동 조만연.조옥동 2009.09.16 385
98 채소밭 선물(2009년 <에세이 21> 가을호) 조만연.조옥동 2009.08.29 545
97 밥걱정(2009년 현대시 ,시사사발행"시인의 눈") 조만연.조옥동 2009.08.29 371
96 해바라기 마음 (2009< 에세이문학> 가을호) 조만연.조옥동 2009.08.23 495
95 참외와 고향----조옥동 조만연.조옥동 2009.08.20 542
94 슬픔이 배부르다(미주문학 2009 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09.06.27 403
93 행복은 투명한 유리알 -(2009년<서시>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09.06.26 590
92 꿈을 꾸다 -(2009년 <서시>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09.06.26 443
91 그믐달-2009년 <불교문예>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09.06.14 304
90 모래시계(2008년 선수필 가을호) 조만연.조옥동 2009.05.29 496
89 봄 두른 샛터마을 조만연.조옥동 2009.05.18 331
88 나는 가시나무 조만연.조옥동 2009.05.18 280
87 하룻길 조만연.조옥동 2009.05.18 247
86 달구경 조만연.조옥동 2009.05.18 246
85 내가 좋아 하는 꽃----에피필럼 조만연.조옥동 2009.05.16 575
84 혀끝을 굴려라(문학산책 2008) 조만연.조옥동 2009.05.10 257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
어제:
0
전체:
97,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