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다시 쓰는 약속
                                            
                                              조옥동


갈매기 점 점 점 찍고 간 하루를
핥고 있는 말리부 비치 팜트리 너머에
누군가 먼 옛집 싸리꽃 받아 별가루 뿌리는데  
허옇게 거품 물고 종일 뱉어낸 투정을
불바다에 사르는 조가비들
내일을 향해 돌아서는 약속이 있다

클릭 클릭 손가락 끝에
잡고 싶은 것이 넘치도록 흔한 나라
로토 터지는 황금알 줍는 기계를 파는 세상
게놈이든 지놈이든 노랑머리 유전자 꿈도 꾸었을까
가족들 뒤에 달고 기차놀이 하듯 건너온 바다
다시는 돌아볼 일 없는 겨울처럼 그 너머 잊고 싶었다
꿈에라도 그쪽으론 베갯머리 돌리지 않겠다 다짐하고
발 디딘 땅, 처음부터
감춰진 길, 숨은 길 뿐이었다
자식들 이름조차 바꾸며 씻고 씻어도 변치 않는 피부색
늘 축축하게 젖은 그림자 싸지고 몇 번씩 주소를 옮기느라
머리위에 하얗게 서리 내리는  
옹이가 박힌 세월 굽어지는 허리 저절로  
서쪽으로 휘어지고 있었다

아침마다 깨끗이 헹궈 낸
찬란한 바퀴하나 굴러가는 하늘 운동장 저쪽으로
태평양 바다소리 못 부친 편지 접어 썰물지어도
소금꽃 피우며 모래섬을 쌓아 가는 데스밸리에
검은 머리 다시 자라날 코메리칸 후예들
바다보다 낮은 땅일지라도
꽃피는 게놈의 유전자 뿌리고 싶다

*데스밸리(Death Valley); 캘리포니아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소금밭과 砂丘가 있음
                         이 사막의 땅에 이른 봄 한철 꽃이 피어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 꿈을 꾸다 -(2009년 <서시>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09.06.26 443
122 지상의 비닐하우스/ 한국 2013년< 시인의 눈> 조만연.조옥동 2013.07.25 442
121 오월의 여행 조옥동 2003.05.13 441
» 바다에 다시 쓰는 약속/한국<시와지역>2010년 겨울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40
119 어머니날 카드 조만연.조옥동 2009.05.08 440
118 세금보고와 독도문제 조만연.조옥동 2005.04.22 440
117 무덥고 목마른 여름/'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9.22 438
116 바위에 대하여/선정주--조옥동의 時調散策(1);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4.26 438
115 눈물로 쓰는 편지/2010년 L.A '밸리코리언뉴스' 신년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35
114 성하의 초록빛 갈채를 보내다/2010년 미주한국일보 창간 41주년 축시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35
113 산타모니까 저녁바다(시로여는세상 2007년 가을호) 조만연.조옥동 2007.09.05 435
112 성탄의 종소리 울려 퍼지니 조만연.조옥동 2004.12.11 435
111 시간은 두 발에 징을 박고 조만연.조옥동 2012.04.22 433
110 최선호 시집"나의 엘로힘이여,MY ELOHIM!"을 읽고 ------조옥동 조만연.조옥동 2008.10.08 433
109 내 기억 속에 내리는 비는 /2015 재미수필 조옥동 2016.01.17 433
108 선정주의 시조-바위에 대하여 조만연.조옥동 2005.01.12 432
107 달구경 조만연.조옥동 2012.03.25 427
106 가을에 띄우는 편지 조만연.조옥동 2004.11.28 425
105 종일 눈이 내리고/「現代詩學」2012년 3월호, 신작특집시 조만연.조옥동 2012.03.15 424
104 파피꽃 언덕/2010년 한국<시인의 눈>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19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
어제:
2
전체:
97,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