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다시 쓰는 약속/한국<시와지역>2010년 겨울호
2012.03.13 08:12
바다에 다시 쓰는 약속
조옥동
갈매기 점 점 점 찍고 간 하루를
핥고 있는 말리부 비치 팜트리 너머에
누군가 먼 옛집 싸리꽃 받아 별가루 뿌리는데
허옇게 거품 물고 종일 뱉어낸 투정을
불바다에 사르는 조가비들
내일을 향해 돌아서는 약속이 있다
클릭 클릭 손가락 끝에
잡고 싶은 것이 넘치도록 흔한 나라
로토 터지는 황금알 줍는 기계를 파는 세상
게놈이든 지놈이든 노랑머리 유전자 꿈도 꾸었을까
가족들 뒤에 달고 기차놀이 하듯 건너온 바다
다시는 돌아볼 일 없는 겨울처럼 그 너머 잊고 싶었다
꿈에라도 그쪽으론 베갯머리 돌리지 않겠다 다짐하고
발 디딘 땅, 처음부터
감춰진 길, 숨은 길 뿐이었다
자식들 이름조차 바꾸며 씻고 씻어도 변치 않는 피부색
늘 축축하게 젖은 그림자 싸지고 몇 번씩 주소를 옮기느라
머리위에 하얗게 서리 내리는
옹이가 박힌 세월 굽어지는 허리 저절로
서쪽으로 휘어지고 있었다
아침마다 깨끗이 헹궈 낸
찬란한 바퀴하나 굴러가는 하늘 운동장 저쪽으로
태평양 바다소리 못 부친 편지 접어 썰물지어도
소금꽃 피우며 모래섬을 쌓아 가는 데스밸리에
검은 머리 다시 자라날 코메리칸 후예들
바다보다 낮은 땅일지라도
꽃피는 게놈의 유전자 뿌리고 싶다
*데스밸리(Death Valley); 캘리포니아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소금밭과 砂丘가 있음
이 사막의 땅에 이른 봄 한철 꽃이 피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