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詩學」2012년 3월호, 신작특집시ㅡ신작시 2편

종일 눈이 내리고

                                     조옥동

눈이 내려앉는 가장자리마다
우주를 펴 늘리는 엷은 손바닥이 보인다
허공을 당기어 순백의 실타래 감아내는
섬세한 손가락 수없이 부러져 나리는 깃털
허물어지고 굽어진 상처를 감싸는 영혼들
호모 사피엔스 몸부림의 사연을 들어주며
귓가에 흘리는 눈물 혹여
눈송이로 쌓이는 골짜기는 따뜻하다

바람이 머리 숙여 지나는
푸른 솔 평생 휘어진 가지, 아래쪽 여린 가지로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자비로운 비움의 이치를
먼데서 찾아오는 침묵이 깨닫는 것인가
우주의 머리는 보이질 않아도
날아다니는 몸무게들 허기져 내리는 들판에
인연의 묵은 뿌리 들썩거리고 땅속의 심장이
머리 풀어 올리는 안개 그 푸른 온기 소통하려
천지사방 끝까지 부피를 재는 눈보라
혼란을 삼키고 소리의 쓰나미 감싸 안아
저만치 펄럭이다 고요하다

적막의 언어, 단정한 눈이 내리고  
온 종일 달라붙어 자근자근 실밥을 뜯으며
시간의 무거운 발자국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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