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詩學」2012년 3월호, 신작특집시ㅡ신작시 2편

종일 눈이 내리고

                                     조옥동

눈이 내려앉는 가장자리마다
우주를 펴 늘리는 엷은 손바닥이 보인다
허공을 당기어 순백의 실타래 감아내는
섬세한 손가락 수없이 부러져 나리는 깃털
허물어지고 굽어진 상처를 감싸는 영혼들
호모 사피엔스 몸부림의 사연을 들어주며
귓가에 흘리는 눈물 혹여
눈송이로 쌓이는 골짜기는 따뜻하다

바람이 머리 숙여 지나는
푸른 솔 평생 휘어진 가지, 아래쪽 여린 가지로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자비로운 비움의 이치를
먼데서 찾아오는 침묵이 깨닫는 것인가
우주의 머리는 보이질 않아도
날아다니는 몸무게들 허기져 내리는 들판에
인연의 묵은 뿌리 들썩거리고 땅속의 심장이
머리 풀어 올리는 안개 그 푸른 온기 소통하려
천지사방 끝까지 부피를 재는 눈보라
혼란을 삼키고 소리의 쓰나미 감싸 안아
저만치 펄럭이다 고요하다

적막의 언어, 단정한 눈이 내리고  
온 종일 달라붙어 자근자근 실밥을 뜯으며
시간의 무거운 발자국 지우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 산타모니카 해변에서/「現代詩學」2012년 3월호, 신작특집시 조만연.조옥동 2012.03.15 589
» 종일 눈이 내리고/「現代詩學」2012년 3월호, 신작특집시 조만연.조옥동 2012.03.15 424
121 세월 1,2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69
120 사랑이 고픈 사람들/2010년<에세이 21> 가을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524
119 눈물로 쓰는 편지/2010년 L.A '밸리코리언뉴스' 신년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35
118 세월 속을 함께 가는 사람들/'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3.13 512
117 설날에 떠나는 마음의 고향/'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3.13 600
116 인생이란 교향곡 소나타/'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3.13 508
115 계절의 강과 골프황제의 추락/'이 아침에'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03.13 533
114 먼저 웃은 이슬이/2010년 한국<시와시>겨울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1261
113 코메리칸 드림/2010년 한국<시와시>겨울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06
112 하늘소리 거꾸로 서다/2010년 한국<시와지역>겨울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09
111 파피꽃 언덕/2010년 한국<시인의 눈>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19
110 바다에 다시 쓰는 약속/한국<시와지역>2010년 겨울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40
109 황혼 2/한국<시사사>2010년 3-4월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282
108 시인의 주머니/한국<시와정신>2010년 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325
107 LA 해바라기/한국<시와정신> 2010년 여름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84
106 노마드의 길/2010년 <미주문학> 봄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355
105 성하의 초록빛 갈채를 보내다/2010년 미주한국일보 창간 41주년 축시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35
104 웨스턴 길 산山다방/2010년 <시사사>3-4월호 조만연.조옥동 2012.03.13 447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
어제:
0
전체:
97,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