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痕迹)
2012.03.21 17:28
흔적(痕迹)
조옥동
발자국을 되돌아 본다
겨울 신발보다 깊고 넓게 파이던 눈 속의
발자취는 금세 사라지던 아쉬움들 살아나고
잰걸음으로 뛰닫던 많은 발자국소리
파도에 씻겨버린 모래펄의 그것은 어디서 찾을까
땀에 젖어 오르던
산등성이 오솔길의 가시덤불 아래
가려진 발자국은
뒤따르는 이들의 발밑에서 뭉개지고
신발이 바뀔 때마다 자취도 변하여
수없이 남겨 논 내 발자국 깨끗이 지워져도
고개 돌려 바라보고 싶은 것은
흔적 없는 시냇물소리 간간이 들리듯
빗물 질척하게 고여 피고름같이 조려지는 그 발자국
희미한 옛 얼굴 떠올리는
먼지 낀 유리를 훔쳐내듯
굵어진 손마디 어쩌다 어루만지다
깊은 상처 보듬어
세월의 갈피 속에 접힌 아픔을
따뜻한 슬픔을
나는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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