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 옆 풍경

2012.03.23 15:49

조만연.조옥동 조회 수:368 추천:64



지하도 옆 풍경

                                       조옥동


숭숭 뚫린
쥐구멍 속 같은
빗발도 헛디뎌 떨어지는 가파른 지하도 속으로
햇볕이 기적처럼 다녀간다

닿을 길 없는 아픔의 굴속을
흔적 없이 드나드는 바람은
어둠을 후벼내 구멍을 만들고
햇빛을 흔들어 심는다

행인들은 발끝으로 햇볕을 가볍게 차올리며
층계를 오르고
정해진 길이 없어
자유로운 바람
젖은 미루나무 아랫도리를 휘감고 있을 때
눈부신 깨금발로 꽃잎에 매달린 아기 햇살이  
지하도 옆 꽃장수 얼굴을 하얗게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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