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하나

2012.03.23 15:59

조만연.조옥동 조회 수:363 추천:55



간이역 하나

                                      조옥동

먼 길을 가노라면
간이역 하나 만나고 싶다

외로운 짐 옆에 내려놓고
지나온 길은 눈감아
아픈 다리 길게 포개 얹고
허리 기대앉을 만한 낡은 의자
하나 놓여 있으면 좋을

간간이 발길 들어설 때마다
길 잃은 바람 밀려드는
어지러운 하루가
구석의 먼지로 물러앉는 고요 속
천장의 희미한 전등불
혼자라서 편안한 세상도 있을 터이니

어느 저녁의 얘기를 싣고 달려오는
발가벗은 아침이 두려워
은신처를 내주고 어둠이 사라지는 첫 새벽
표 한 장 사들고
먼 길 다시 떠나는

여행은 어느 날  
끝나는 날이 있기에
종착역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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