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2010 '이 아침에'


5월에 드리는 감사
      
                                               조옥동/시인


5월은 장미의 계절, 장미는 꽃들의 여왕이다.  T. S 엘리엇은 그의 서사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이라 표현 하였듯 이번의 4월도 서럽고 잔인하였다.

지난 3월 26일에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사건으로 꽃 같은 46명의 젊은 장병들, 장미보다 아름다운 젊음이 피지도 못한 채 떨어지고 온 국민들 가슴에는 지난 한 달 내내 설음이 핏물처럼 고였었다. 핏물 보다 진한 눈물도 언젠가는 마르겠지만, 그러나 그들이 주고 간 사랑은 장미꽃 가시처럼 시시로 우리의 영혼을 찌르며 피를 흘리게 하리라.

잔인함은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없는 죽음이란 비극적 상태에도 있지만 엘리엇이 그런 것처럼 우리의 정신적 황폐함 즉 희망조차 잃어버린 절망감이다.

죽었던 땅에서 냉기를 품고 마침내 라일락이 피어날 것이란 믿음, 곧 간절한 희망을 깨우 듯 이제 5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첫 번째 민주혁명으로 기록되는 4.19 학생의거는 물론 러시아 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사의 기록에는 수백을 헤아릴 정도로 4월은 거센 태풍의 역사로 점철되어 왔다.

조국을 떠나와 이역 땅에 피땀으로 일군 일터를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파묻은 L. A의 4.29 폭동 또한 피 흘림의 역사로 계속 되었고 그래서 시인은 흩어지는 꽃잎을 밟으며 핏방울을 연상한다.

그런 잔인한 4월은 가고 5월의 바람이 가슴을 파고든다. 흐드러지게 봄은 주저앉았다 떠나고 나무엔 새잎인가 했더니 신록으로 변한 푸른 물길을 연다. 5월, 길을 따라 가노라면 질펀한 들과 산허리마다 화려한 꽃길 융단을 펼치고 있다. 향기를 싣고 바람은 멀리서 불어온다. 5월의 바다는 파도치며 계속 힘과 용기를 몰아와 소리친다.

깊은 겨울의 가슴에서 꿈꾸던 생명의 씨앗이 싹 트던 봄, 어깨 아래로 우리의 시선은 나지막한 새봄의 높이에 맞추었다. 이젠 우리의 눈높이를 5월의 신록에 맞춘다. 눈부신 햇살 찰랑거리며 휘어지는 신록의 가지를 따라 우리의 시선은 머리 위, 지붕 너머까지 차츰차츰 높아진다.
모두 얼굴을 들고 멀리 하늘을 보는 계절, 우주선의 은빛 나래를 타고 미지의 나라로 행복한 여행을 떠나보는 상상의 높이를 누가 꺾을 수 있으랴. 인간에게 창의력을 내려주신 그 분이 감사하다.    

5월은 계절중 으뜸인 달이다. 생명력이 가장 강하게 약동하는 계절 앞에 가슴을 연다. 여며 두었던 갈등과 미움과 망설임의 단추를 풀고 5월의 생기를 받고 싶다. 가지고 있는 내 몸과 마음의 고통과 맞바꾸고 싶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부모를 자녀를 주신 창조주에게 감사한다. 나의 작은 정성과 노력으로 행복해 하는 가족과 말 한마디에도 귀기우려 주는 이웃과 형제들이 있어 감사한다. 나를 아내라 부르고 마주 앉아 늦은 저녁을 맛있게 먹는 사람이 있고, 내 비록 세상을 떠난 후에라도 엄마라 계속 불러 줄 자녀를 주시어 감사한다. 올해도 어머니날 카드를 쓰게 되어 감사한다.

하나님은 하나가 되기를 좋아하시는 분이시란다. 또한 감사를 좋아하시는 분이시다. 모두 하나가 되는 방법은 사랑의 힘이라는 말씀이 나를 울렸다. 5월은 감사의 눈물을 많이 흘려 더욱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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