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밸리 (2)

                                  조옥동

마음이 고달픈 사람은 죽음의 땅으로 간다
살고 싶은 욕망이 죽고 싶도록 괴로울 때는
죽음이란 휴식의 뿌리에 숨소리가 달싹이는 곳
주검의 색이 아름다워 생명을 부끄럽게 만드는
나는 죽어 묻어 놓고 살아 나오는 땅으로 간다
삶은 죽음을, 죽음은 삶을 업고 세월의 무게 겨워
짓눌린 자락마다 피 흘리는 땅
고통의 늪에서 외롭고 슬퍼 죽고 싶은 사람은
악마의 발자국 바람과 함께 굴러다니는
버림받은 골짜기, 얼어붙은 천년의 외로움이
끓는 열기에도 녹지 않고 하얗게 소금 끼는
죽음의 땅을 건너 나오면
별들의 소나기 밤마다 퍼부어 익사하는 영혼들
하늘을 덮고 반듯이 누워 혼까지 불태운 후에야
새벽을 뚫고 사막의 속살 매끈하게 돋아나  
세상에선 살아서 죽었던 의미들 오히려
죽어서 살아나는 이치를
목마르게 합창하는 *데스밸리 풀꽃들
어제의 나를 장사하고 살아서 나온다    

*데스밸리(Death valley):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우는
     캘리포니아 주 mojave 사막에 인접한 국립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