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2010

               삶은 곧 예술이다
                                                  
                                              조옥동/시인

가을의 전령인가 뒤뜰에는 벌써 낙엽이 뒹군다. 이른 아침 이들을 치우고 운동을 끝낸 남편이 안으로 들면 나는 정돈된 뜰에 나가 아침 햇살에 빛나는 화초들의 사열을 받듯이 한 쪽 끝에서부터 차례로 그들과 눈빛을 맞춘다.
꽃이 예쁜 선인장은 뿌리가 깊지 않아 좁은 뜰에서 화분에 키우기가 안성맞춤이라 많은 종류를 모은 우린 그들의 모양과 특징을 따라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조의 여인, 무지개, 공작새, 신라금관 등 별명을 불러주며 마른 잎을 따주든가 늘어진 팔을 고여 주고 거미줄도 치우며 얘기를 나눈다.

때로는 화초들의 간절한 고해성사나 또는 기도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쇠한 가지나 지는 꽃의 얼굴에서 연민의 이별사를 읽는다. 저들 속에 박힌 언어를 알아듣기엔 너무 어둔하여 좀 더 첨예하지 못한 내 안목이 원망스럽다. 전에는 장미라든가 서양 난 같이 화려한 꽃의  색깔이나 꽃잎의 겉모양을 감상했는데 차츰 꽃 속의 수술과 암술의 형태와 배열 숫자며 더 세심하게 살피는 눈을 뜨게 되어 섬세하고 오묘한 생명체의 특성들이 볼수록 새롭다.

직업상 주로 동물의 생체 조직과 생리현상 등 원리를 파헤치려는 연구실에서 찾아내는 생명의 신비를 자연 속에서도 발견하고 느낄 때 창조론을 거부한 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주장하는 빅뱅이론에 근거한 우주생성론을 나는 절대로 동조 할 수 없다.

문학과 미술 등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의 예술가는 과학자와는 달리 만물의 진정한 미와 그 존재의 의미를 캐어내는 특별한 6번째의 감각이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이며 예술가로 지적탐구의 모든 분야를 넘나든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란 말을 했다. 인간의 모방충동은 어느 동물보다 강하여 문학이라는 현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그러나  예술에서 일어나는 모방은 단순히 현실의 일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필연성의 법칙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일, 또는 확실하지 않으나 현실에서 일어날만한 일을 상상하여 표현한다는 주장으로 최초의 ‘시학’을 썼다.
모방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근간을 이룬 시론에서 ‘시문학이란 선명한 자각과 직관을 통하여 체험의 확장이 이루어지고, 우리의 삶을 성숙한 단계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삶의 구석구석을 섬세하게 보고 느끼고 체험한 것을 재구성하여 만든 미적 정서를 독자가 이를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시문학의 고유한 영역임을 의미한다. 미적 진정성을 요구하는 진지한 모습이 시인의 모습이다.

예술 창작이론은 19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도 예술가는 실재를 모방하여 자신의 사상과 경험을 표현하는 자이고 예술작품은 모방에 의한 실재의 상징일 뿐 하나의 은유라고 정리하였다.

19세기가 낳은 현대 회화의 아버지 폴 세잔은 반대로 회화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 아니라 자연에 주석을 달고 해석하는 일이라고 주장하였다. 세잔은 대상을 여러 각도로 관찰하여 대상이 지닌 본연의 모습을 파악하고 종합하여 그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예술의 창작이 모방에 의한 상징이냐 새로운 해석에 의한 표현이냐 어느 편이든 그 궁극의 목표는 삶을 풍요케 하고 진정한 의미와 모습으로 다가가려는 진지한 태도로서 모든 삶의 공통된 목적이며 이상이다. 삶은 곧 예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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