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10월10일 '이 아침에'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조옥동/시인

10월이 되면 ‘벌써?’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무디어진 우리의 감성을 새롭게 자극하는 절기다. 여름이 폭염을 쏟아 붇던 자리에 가을은 고개를 숙인 겸손한 모습으로 다가와 가득히 지고 온 풍성함을 내려놓는다.  

우리 부부에게는 가을은 행복한 계절이다. 10월 중순쯤, 우리는 동부지역에 사는 아이들을 찾아간다. 3남매와 손자까지 모두가 오랜만에 만나는 기쁨을 마치 우리만이 갖는 행복인양 며칠을 보낸다.
이 무렵 보스턴 지방에는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가는 곳마다 웅장하고 화려한 가을이 펼쳐있다. 온 가족이 어린 손자를 앞세우고 아름다운 단풍 속을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기위해 보스턴에 가는 것이다.  L.  A.에 사는 사람들에게 동부지방의 단풍은 관상 할 만큼 아름답다.  

가을 해살을 등에 얹고 단풍 속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길을 가다 예쁜 가을 잎을 주워 책갈피에 꽂는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모든 생물들이 움츠려 들기 전, 가을의 이런 저런 모습을 기억하고 싶다. 흰 눈이 쌓이는 겨울, 나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다 지난 가을의 뒷모습을 함께 부친다.

사람들 앞에 예쁘게 보이려는 속내는 누구나 비슷하다. 연예인이 아니라도 고가의 옷과 장식품에 돈을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얼굴 성형을 하는 것쯤 예삿일이다. 날씬한 몸매를 만들려고 단식을 밥 먹듯 하며 피나는 노력을 한다. 미인대회 출전자는 신체조건은 물론 상식과 교양문제 테스트에도 합격점을 받아 지성미를 갖춰야한다. 우아한 걸음걸이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한 시인은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뒷모습에는 얼마큼 자신 만만 할까? 하지만 가을의 뒷모습, 천지를 채색하여 단풍으로 펼쳐놓은 자연보다 더 고을 수 있을 가 싶다.

화려함이 미의 전부라면 장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많을 것이다. 장미의 아름다움은 그 향기에 있다.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그만의 체취, 품성, 표정, 음성 그리고 행실에서 풍기는 멋이 있다. 생존했을 때나 눈앞에 있을 때 미처 알지 못했던 품위, 그가 돌아가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평가되는 진정한 인간미 말이다.
아름다운 뒷모습은 생각 할수록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인류의 스승인 성현들과 역사를 바르게 세웠던 학자나 철인들 그리고 예술가나 저술가들 가운데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인물이 많다.

현재도 핍박한 생활환경을 원망만 하는 대신 자신의 것을 희생하고 가난한 이웃을 살피며 슬픔과 고통 속에서 희망을 찾아주는 착한 이웃들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발견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앞모습을 잘 나타내지 않는 점이다.

봄여름동안 가뭄과 폭우, 태풍이 요동을 쳤어도 곱게 물드는 가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직도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 살아가야 하는 내 훗날의 뒷모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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