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기 원하는 골목

                                                          조옥동

생각이랑 하다가 피곤하면
엎드렸다 가자
잠시 낮잠도 청하고  

이웃 고양이의 둥그런 눈망울과 잘 익은 오렌지의 샛노란 얼굴에
햇살 한가롭게 미끄럼 타는데 멀리 구름은 어디로 흘러가고
지나는 바람에도 민들레꽃 노랗게 웃는 담장 밑
달팽이 한 마리 침을 바르며
달려 간 자리
아침 골목길은 일찍 땀에 젖고
졸음을 털며 펄쩍 담을 걷어차는 고양이
꼬리를 곧게 세워 골목을 깨운다

시간을 먹느라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
끝나는 날이 와도 너무 쉽게 출세를 하면, 배고프지 않으면
텃새들도 찾아와 열심히 울지 않는 돌배나무 가지에
구슬만한 돌배 방울방울 푸르게 흔들리고
나무 그림자가 외진 길을 쓸어 내고 나면
꿈에서 깨어난 창백한 낮달이 높이 떠서
아래 세상이 아름답다고 내려서 살고 싶다고
그리고
시가 필요한가요?
시가 맛있어요?
맑은 소리 들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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