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어 서서 간절히/한국「現代詩學」2013년 11월호 신작특집
2013.11.15 16:19
「現代詩學」2013년 11월호 신작특집
멈추어 서서 간절히
조옥동
오던 길을 뒤 돌아 가고 싶은 순간을 밟고
좌우로 흔들리는 시선을 붙잡아 잠시 한 발 물러서면
뒤 따르던 형상들이 보이고 망각 속의 궁금한 세상에
조명을 들고 나와 눈 뜨게 하는 하늘의 별들
아침이 밝으면
아폴로의 유혹을 받아드리고 싶다
고통과 사랑 번가라 들고 명암을 그려내는 세상 모퉁이
차가운 여린 손을 펴 첫 봄을 들어 올리는 히아신스
순진한 웃음 처음 피워낼 때 바람은 어김없이 불어와
저들 저주의 모래를 뿌리고 있었지
회전목마처럼 달려온 여름이
찰나의 추락을 외딴 우물 속에 사진 찍는 천둥과 번개에 놀라
옥수수이빨 누렇게 늙어 수염을 달고
유행을 모르는 겉옷 하나 걸치고 사는 나무들
마른 소매 서걱이며 부딪는 소리에
떠날 때를 눈치 채는 가을까지
질기고 질긴 오기로 키우고 지켜내야 했던
못난 새끼들 거느린 것이 죄인 양
무서운 겨울 문 앞에서 곡진한 생명이 감사하여 서성이는데
골목이 어둡기 전 이미 무거워진 발목들은
터널을 지나며 덜컹이는 저 성난 바퀴들은
여물기도 전에 쓰러져 누운 풀포기들은
익기도 전 벌레 먹은 가지 끝의 열매들은
가슴이 썩었는지 도려냈는지 반만 남은 하현달은
잠시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하다
환난 날, 결핍의 핍박 속에서 끝까지 부둥켜
지니고 있으면서 사느라 잠시 잊기도 했던
소중한 것을, 그 속에 감춰진 것을 간절히
주고 싶어서 퍼주고 싶어서 고개 돌려 살펴 보다
호흡 고르는 황혼
멈추어 서서 간절히
조옥동
오던 길을 뒤 돌아 가고 싶은 순간을 밟고
좌우로 흔들리는 시선을 붙잡아 잠시 한 발 물러서면
뒤 따르던 형상들이 보이고 망각 속의 궁금한 세상에
조명을 들고 나와 눈 뜨게 하는 하늘의 별들
아침이 밝으면
아폴로의 유혹을 받아드리고 싶다
고통과 사랑 번가라 들고 명암을 그려내는 세상 모퉁이
차가운 여린 손을 펴 첫 봄을 들어 올리는 히아신스
순진한 웃음 처음 피워낼 때 바람은 어김없이 불어와
저들 저주의 모래를 뿌리고 있었지
회전목마처럼 달려온 여름이
찰나의 추락을 외딴 우물 속에 사진 찍는 천둥과 번개에 놀라
옥수수이빨 누렇게 늙어 수염을 달고
유행을 모르는 겉옷 하나 걸치고 사는 나무들
마른 소매 서걱이며 부딪는 소리에
떠날 때를 눈치 채는 가을까지
질기고 질긴 오기로 키우고 지켜내야 했던
못난 새끼들 거느린 것이 죄인 양
무서운 겨울 문 앞에서 곡진한 생명이 감사하여 서성이는데
골목이 어둡기 전 이미 무거워진 발목들은
터널을 지나며 덜컹이는 저 성난 바퀴들은
여물기도 전에 쓰러져 누운 풀포기들은
익기도 전 벌레 먹은 가지 끝의 열매들은
가슴이 썩었는지 도려냈는지 반만 남은 하현달은
잠시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하다
환난 날, 결핍의 핍박 속에서 끝까지 부둥켜
지니고 있으면서 사느라 잠시 잊기도 했던
소중한 것을, 그 속에 감춰진 것을 간절히
주고 싶어서 퍼주고 싶어서 고개 돌려 살펴 보다
호흡 고르는 황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