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호「現代詩學」신작특집


    환승역에서

                                            조옥동

가볍게 짐 하나 들고 내렸다

처음 차표를 사려 줄을 설 때는
형형색색 무지개를 휘어잡은 손목 쑥 내밀어
눈을 유혹하는 그 많은 곳에서 하나 골라
두려움 모르고 표를 샀었지

몇 번의 환승역을 오르내려 이리저리 옮기느라
예까지의 여행길에서 잃어버린 짐들
속에서 잠 못 이룰 눈동자들
귀찮고 무겁다며 내 던져버린 보퉁이들
속에서 뒹구는 원망의 소리와
끝내 동행이 되지못한
숱한 얼굴의 웃음과 슬픔을 삐져내던 하얀 이빨
사이로 한숨이 하얗게 입김을 뿜어내던
검푸른 겨울의 입술을
물감을 칠하여 까맣게 지우고 싶다

허름한 환승역에 서서
만남은 없고 별리만 있는 자리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여 고민을 한다
얼마나 멀리 왔는지 뉘에게 떠밀리다시피
내려 선 발, 다리는 허방을 딛었나
헐거워진 신발을 내려다 보네

이명에 휩쓸려 오는 바람소리는
어디로 가려 달려오는 바퀴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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