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마음속 그림

                                      조옥동


민들레는 수 백 개의 꽃씨를 날려 보내며
담장 밑 옛 자리에 주저앉아 가엽게
노란 눈물주머니 만들고
자목련 창백한 입술이 겨울의 시린 어깨를 핥아 내리는
축축한 눈빛끼리 마주쳐 포개지는 막다른 골목길
슬픔은 진화하지 못한 오래된 사랑이라고
하루살이 날벌레나 찾아드는 가로등 밑으로
깊은 강이 흐른다

사계절 소용돌이 치닫는 낯선 땅 모처럼 고요가 찾으면
옹달샘 달빛을 떠 올리듯
세포 속에 새겨둔 수많은 얼굴  
대답 없는 이름들 손바닥 나팔사이로 불러내며
저 가파른 계단을 헬 수 없이 오르내린다
사방으로 구멍 난 시간 깊이 파내려 가
세월의 매듭을 조심조심 풀어헤쳐 놓으면
그믐 밤 어둠에서조차 빛나는 뼈 조각
손가락 피나도록 묻어 둔 DNA 유전자 고르고 싶다

휴일 없는 바람의 거리에서
꼭지 끝에 진한 피멍울 맺히도록
목매달고 견딘 열매들
마음 속 울컥 거리는 또 다른 비린내 삭이며  
변두리 모래땅 더 멀리 흘러가는 몸부림이 훗날  
흔적을 남길 자리는
우리 땅이라 억지 쓰고픈 이방인의 땅
골다공증 가벼워진 뼈마디 부드럽게 간추려  
그 DNA 다시 묻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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