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2005.10.2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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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가을이 오면 | 오연희 | 2005.10.20 | 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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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2 | 해직(解職) | 한길수 | 2005.10.13 | 52 |
| 1121 | 잃어버린 산양을 찾아서 | 한길수 | 2005.10.12 | 49 |
| 1120 | 달팽이 여섯마리 | 김사빈 | 2005.10.12 | 57 |
가을이 오면/오연희
"제 여자 친구에요”
막내 외손자 말에
덥석 내 손 잡으시던
아흔셋 시외할머니
코스모스
온 집을 울타리 치던
눈부신 가을날
“밖에 날 데리러 왔다” 시며
목욕하고
새 옷 갈아 입으시더니
이웃 나들이 가듯
먼 길 떠나셨다
할머니 잠자는 선산(先山)
코스모스 만발한 길을 오르며
막내 외손자와 그 여자친구
해마다 오자며
두 손 꼭 잡았다
몇 해인가
잊고 살았던 코스모스
파머스 마켓 꽃가게 한쪽 구석에
서너 단
무너진 약속처럼
고개 푹 숙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