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2005.10.20 07:19

오연희 조회 수:55

가을이 오면/오연희 "제 여자 친구에요” 막내 외손자 말에 덥석 내 손 잡으시던 아흔셋 시외할머니 코스모스 온 집을 울타리 치던 눈부신 가을날 “밖에 날 데리러 왔다” 시며 목욕하고 새 옷 갈아 입으시더니 이웃 나들이 가듯 먼 길 떠나셨다 할머니 잠자는 선산(先山) 코스모스 만발한 길을 오르며 막내 외손자와 그 여자친구 해마다 오자며 두 손 꼭 잡았다 몇 해인가 잊고 살았던 코스모스 파머스 마켓 꽃가게 한쪽 구석에 서너 단 무너진 약속처럼 고개 푹 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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