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따사로운 날

2009.02.27 04:53

조옥동 조회 수:281 추천:39

안녕들 하세요?
저희 방을 방문하신 여러분께 인사를 제대로 못해 미안한 마음을
올립니다.
겨울답지도 않고 더욱 겨울같지도 못한 L.A.의 겨울이 저만큼 다가오면
제 몸속의 일기예보 첨단 세포는 정확한 예보의 탐색에 겁을 가뜩 먹지요.
그리고 시시로 변하는 날씨상황을 제 몸에 어느 때보다 예리하게 침을 놓듯 전한답니다. 어찌 우리몸이 이처럼 묘하고 묘하게 창조되었는 지 저는 때로는 괴로움에 쩔쩔 헤매이면서도 그 분의 솜씨가 그 세밀하고
신묘하심에 경이롭답니다.

그래도 지난 겨울은 나성 근교의 높고 낮은 산에 횐옷으로 삭막한 사막을 우아하게 입혀주시고 때때로 비를 내려 우리의 시야를 깨끗게 멀리까지 보게 하시었지요. 특히 저희집 오렌지 나무는 먼지를 씻고 오렌지 열매들 노랗게 제 얼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따서 여러 가정에 나누었습니다.

괴로운 중에서도 요즈음 경기침체로 염려와 걱정이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하는데 그 분은 선하고 정의롭고 자비로운 성직자 한 분을 오랜동안 귀하게 쓰시다가 하늘로 데려가시는 세상적인 슬픔을 주셨지요.
그런데 그 슬픔은 저희에겐 너무도 감동스런 커다란 선물로 주셨습니다.

명동성당을 둘러싼 길고 긴 조문객들의 기다림을 보면서 저는 감동의 눈물을 씻고 씻었습니다.
슬픔이 희망이되고 죽음이 위로를 남기는 역사는 매우 드물겠지요.
그런데 김추기경의 선종은 세상이 어찌되어도 우리 인간의 본질은 선한것임을 확인하는 큰 선물이셨습니다. 그래서 위안이됩니다.

따스한 봄볓이 이 몸속 육체의 고통을 치료하는 키모테라피가 되기를 또는 방사선 치료같이 몸속의 다른 부분을 상실한다 하여도 결국은 이 작은 시인에게 새로운 기운을 주실터이니 여러분들께도 생명의 기쁨을 누리시는 행복한 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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