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난 후
2005.11.14 20:45
태풍이 지난 후
조옥동
이 아픔
시계바늘을 멈출 수 있다면
누구도 할 수 없는
그 일을 무심한 잠에 맡겨
꿈속에도 뼈는 하얗게
삭은 새끼줄을 늘이고
죽음을 간신히 죽인 삶들이
찢긴 빨래처럼 언덕에 널려
태풍의 혀로 뿌리마져 뽑힌
주검과 죽음의 밀애를 구경한다
누런 황톳물
띠를 두른 마을은 누렇게 부황이 들고
무성한 들꽃들이 잠시 하얗게
다녀가는 그 밖에
위로할 무엇이 없어 벙어리
바람이 한번씩 뒷문으로 빠져나간다
달빛에 만취한 젖은 의자와 비틀린 문 짝 사이로
하늘이 무심타 원망을 할까
한 숨 한 번 크게 쉬시고
눈물 글썽이다 떨어진 흔적 이토록
패인 자리에서
용서의 바늘에 가슴 찔리며
쓸어 진 것들을 바르게 세우려
별 뜨는 하늘을 향하여
서 있는 것들 묵상을 한다
조옥동
이 아픔
시계바늘을 멈출 수 있다면
누구도 할 수 없는
그 일을 무심한 잠에 맡겨
꿈속에도 뼈는 하얗게
삭은 새끼줄을 늘이고
죽음을 간신히 죽인 삶들이
찢긴 빨래처럼 언덕에 널려
태풍의 혀로 뿌리마져 뽑힌
주검과 죽음의 밀애를 구경한다
누런 황톳물
띠를 두른 마을은 누렇게 부황이 들고
무성한 들꽃들이 잠시 하얗게
다녀가는 그 밖에
위로할 무엇이 없어 벙어리
바람이 한번씩 뒷문으로 빠져나간다
달빛에 만취한 젖은 의자와 비틀린 문 짝 사이로
하늘이 무심타 원망을 할까
한 숨 한 번 크게 쉬시고
눈물 글썽이다 떨어진 흔적 이토록
패인 자리에서
용서의 바늘에 가슴 찔리며
쓸어 진 것들을 바르게 세우려
별 뜨는 하늘을 향하여
서 있는 것들 묵상을 한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479 | 오래 생각하는 이순신 | 서 량 | 2005.11.14 | 176 |
9478 | 이명(耳鳴) | 조만연.조옥동 | 2005.11.14 | 177 |
» | 태풍이 지난 후 | 조만연.조옥동 | 2005.11.14 | 108 |
9476 | 사람의 손때 | 김영교 | 2005.11.15 | 111 |
9475 | 서리내린 아침 | 오영근 | 2005.11.16 | 92 |
9474 | 코스모스 | 유은자 | 2005.11.16 | 38 |
9473 | 평균의 마력 | 고대진 | 2005.11.18 | 75 |
9472 | 추수감사절 밥상 | 강학희 | 2005.11.18 | 153 |
9471 | 미련 / 鐘波 | 이기윤 | 2005.11.18 | 35 |
9470 | 선물 / 종파 | 이기윤 | 2005.11.18 | 26 |
9469 | 사진 1 / 鐘波 | 이기윤 | 2005.11.18 | 13 |
9468 | 가을 / 鐘波 | 이기윤 | 2005.11.18 | 20 |
9467 | 별들의 징검다리 / 鐘波 | 이기윤 | 2005.11.18 | 64 |
9466 | 홍시(紅枾) / 수봉 정용진 | 이기윤 | 2005.11.18 | 174 |
9465 | 하루 | 윤석훈 | 2005.11.19 | 7 |
9464 | 상사화 | 유은자 | 2005.11.19 | 40 |
9463 | 거지와 스승 | 오영근 | 2005.11.19 | 24 |
9462 | Humming bird | 윤석훈 | 2005.11.21 | 29 |
9461 | 향기에게 | 유성룡 | 2005.11.21 | 34 |
9460 | 아버지 집은 따뜻했네 / 석정희 | 석정희 | 2005.11.21 | 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