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데
2008.02.12 23:39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데
날이 저물면
옷깃을 여미고
서둘러 가야 할 것같은 마음은
동네 끝 골목에서 힘없이 돌아선다
한때 파란색으로 반짝거리던
잎의 허영도
전잎으로 퇴색한 푸성귀처럼
소망은 낮선 타국에서
허한 가슴으로 어둠을 맞는다
밤을 할퀴고 도망가는
바람 소리에
선잠 벗고 일어서면
어슴프레 떠오르는 헐벗은 그리움
속곳으로 더듬거려 어둠을 열자
뚜껑 없는 전구가 연결하는 길로
객지 생활에 지친 시간들이
꼽발 들고 돌아가고 있다
소문 없이 두껍게 층져 앉은 안개가
희망을 밝히느라
밤새 종종걸음 치던 분기점은
새벽녘 잡풀 속에 무서리로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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