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코 국경에서

2008.02.23 06:10

정국희 조회 수:558 추천:77



        맥시코 국경에서

        
        차가 쭉쭉 잘 빠질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다
        잘못 들어 선 길이었음을

        출퇴근하는 사람들처럼
        기계에 카드를 인식시키지 못하고
        쭈삣쭈삣 당황한 표정을 짓자
        검지가 튀어 나와
        까딱까딱 오라는 시늉을 하더니
        탐색이 천성적으로 배어있는
        유니폼 앞에 차를 세워 둔다

        매사에
        덜렁덜렁 살아 온 삶이었음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데
        생긴 것과 마음이
        함께 고약해 보이는 인상이
        칼날같은 눈을 세우고
        없는 죄도 씌울 듯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트렁크를 뒤지기 시작한다

        겁나게 엄포 놓는 위세 앞에
        내 이민의 삶이
        애초부터
        잘못 들어 선 길이었음을 용서 비는 데
        주눅 든 눈에서
        왈칵
        설움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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