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코 국경에서
2008.02.23 06:10
맥시코 국경에서
차가 쭉쭉 잘 빠질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다
잘못 들어 선 길이었음을
출퇴근하는 사람들처럼
기계에 카드를 인식시키지 못하고
쭈삣쭈삣 당황한 표정을 짓자
검지가 튀어 나와
까딱까딱 오라는 시늉을 하더니
탐색이 천성적으로 배어있는
유니폼 앞에 차를 세워 둔다
매사에
덜렁덜렁 살아 온 삶이었음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데
생긴 것과 마음이
함께 고약해 보이는 인상이
칼날같은 눈을 세우고
없는 죄도 씌울 듯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트렁크를 뒤지기 시작한다
겁나게 엄포 놓는 위세 앞에
내 이민의 삶이
애초부터
잘못 들어 선 길이었음을 용서 비는 데
주눅 든 눈에서
왈칵
설움이 쏟아진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3 | 동창회 | 정국희 | 2010.06.23 | 787 |
22 | 달이 시를 쓰는 곳 | 정국희 | 2010.09.22 | 791 |
21 | 윤대녕의 소설 <천지간> | 정국희 | 2016.05.04 | 791 |
20 | 사주팔자 | 정국희 | 2012.12.26 | 794 |
19 | 밤의 세레나데 | 정국희 | 2010.03.16 | 796 |
18 | 바람의 습성 | 정국희 | 2010.08.21 | 802 |
17 | 한국 현대시 문학사 | 정국희 | 2017.01.26 | 807 |
16 | 상현달 | 정국희 | 2010.04.07 | 850 |
15 | 어느 일생 | 정국희 | 2010.02.19 | 867 |
14 | 등을 내준다는 것 | 정국희 | 2011.03.13 | 871 |
13 | 완도 정도리 깻돌밭 | 정국희 | 2009.11.05 | 879 |
12 | 생과 사 | 정국희 | 2010.07.10 | 880 |
11 | 생명파 시의 발생, 전개, 특성, 의미 | 정국희 | 2015.06.26 | 901 |
10 | 똥꿈 | 정국희 | 2011.02.01 | 905 |
9 | 점심과 저녁사이 | 정국희 | 2012.06.11 | 913 |
8 | 백석의 시 "수라" 감상 | 정국희 | 2017.01.16 | 938 |
7 | 완도 | 정국희 | 2010.05.29 | 977 |
6 | 이상의 날개 작품 감상 | 정국희 | 2017.01.21 | 983 |
5 | 신발 뒷굽을 자르다 | 정국희 | 2010.05.13 | 989 |
4 | 김승옥의 <무진기행>과<생명연습>에 대한 욕망의 삼각형 분석 | 정국희 | 2015.06.20 | 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