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3
2008.02.28 14:24
소리3
들토끼
시린 도시 하늘 밑
꼬불꼬불 검불 속에
마련한 거처 하나
여닫을 문이 없어 열쇠가 필요 없고
밟힐 꼬리도 없어
들고 나는 것이 가뿐한,
민첩함이 전 재산인 그들
새들처럼 소리는 낼 수 없어도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소리가 있어
제빠른 몸놀림으로
사랑을 전언하기도 하고
몰스부호같은 신호로
위험을 타전하기도 한다
눈치가 빤하여
평생을
한가지 표정만 하고 있어도
슬픈지 기쁜지 다 판독하는
그들의 무언이
안 들린다고 해서
소리가 없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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