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2008.08.28 11:07
미역
마른 세월 꺼내 물에 담근다
머뭇대던 완도 아가씨
부끄러운 듯 살포시 몸을 풀고
푸른 물결로 다시 일어서자
나즈막히 날던 갯내 묻은 갈매기
얼른 물살 틀어 고향가는 길을 연다
가슴 속에 바다를 펼쳐두고 산 세월
가물가물 멀기만 하던 앞섬이
출렁임으로 안부를 묻고
눈에 익은 방파제는
하얗게 부서진 물비린내로 두팔을 벌린다
지금은 주택은행 지점장이라고 했던가
나의 첫사랑이던 그 애가
파도가 방파제를 넘던 바람 많은 밤
친구를 핑계로
하숙집엘 갔었는데
문만 열어 주고
눈치도 없이 들어 가버린 그애는
그런 내 마음을 알고나 있었을까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드는데
물길 틔어준 갈매기
돌아 가자며 조른다
추억은 추억으로 있어야 한다며...
젖은 몸을 그만 건져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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