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2008.08.28 11:07
미역
마른 세월 꺼내 물에 담근다
머뭇대던 완도 아가씨
부끄러운 듯 살포시 몸을 풀고
푸른 물결로 다시 일어서자
나즈막히 날던 갯내 묻은 갈매기
얼른 물살 틀어 고향가는 길을 연다
가슴 속에 바다를 펼쳐두고 산 세월
가물가물 멀기만 하던 앞섬이
출렁임으로 안부를 묻고
눈에 익은 방파제는
하얗게 부서진 물비린내로 두팔을 벌린다
지금은 주택은행 지점장이라고 했던가
나의 첫사랑이던 그 애가
파도가 방파제를 넘던 바람 많은 밤
친구를 핑계로
하숙집엘 갔었는데
문만 열어 주고
눈치도 없이 들어 가버린 그애는
그런 내 마음을 알고나 있었을까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드는데
물길 틔어준 갈매기
돌아 가자며 조른다
추억은 추억으로 있어야 한다며...
젖은 몸을 그만 건져 올린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03 | 백석 시 감상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 정국희 | 2019.02.20 | 1845 |
202 | 김수영의 너를 잃고 | 정국희 | 2016.12.01 | 1413 |
201 | 80년대에서 2천년대에 이르는 시의 흐름과 변증법 | 정국희 | 2012.02.03 | 1043 |
200 | 김승옥의 <무진기행>과<생명연습>에 대한 욕망의 삼각형 분석 | 정국희 | 2015.06.20 | 1011 |
199 | 이상의 날개 작품 감상 | 정국희 | 2017.01.21 | 1005 |
198 | 백석의 시 "수라" 감상 | 정국희 | 2017.01.16 | 991 |
197 | 신발 뒷굽을 자르다 | 정국희 | 2010.05.13 | 991 |
196 | 완도 | 정국희 | 2010.05.29 | 979 |
195 | 생명파 시의 발생, 전개, 특성, 의미 | 정국희 | 2015.06.26 | 962 |
194 | 점심과 저녁사이 | 정국희 | 2012.06.11 | 917 |
193 | 똥꿈 | 정국희 | 2011.02.01 | 911 |
192 | 생과 사 | 정국희 | 2010.07.10 | 891 |
191 | 완도 정도리 깻돌밭 | 정국희 | 2009.11.05 | 884 |
190 | 등을 내준다는 것 | 정국희 | 2011.03.13 | 878 |
189 | 어느 일생 | 정국희 | 2010.02.19 | 878 |
188 | 상현달 | 정국희 | 2010.04.07 | 856 |
187 | 한국 현대시 문학사 | 정국희 | 2017.01.26 | 820 |
186 | 윤대녕의 소설 <천지간> | 정국희 | 2016.05.04 | 815 |
185 | 바람의 습성 | 정국희 | 2010.08.21 | 804 |
184 | 밤의 세레나데 | 정국희 | 2010.03.16 | 7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