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으로 뒤척이다

2008.09.18 14:17

정국희 조회 수:723 추천:93




불면으로 뒤척이다


커튼 열고 밤을 본다
외등 옆 잠들지 못한 소나무
기억의 잔영들 애써 지우는데
난데없이 부는 바람에
그림자가 진져릴 친다

밤이
가던 길을 멈춰 선 밤
정이 흩어져버린 공간으로
몇개의 이미지가
선명하다가
더러는 낫설다가
뭉클거리며 해일로 일어 선다

바람에 쓸려가는 바람 소리
가슴 속을 후빈 듯
고양이 한 마리 어디서 왔나
우묵한 눈초리로 주위를 살피고
잠깐의 무력한 승강이를 스스로 끝낸 뒤
어깨를 부풀려 찬 공기 속으로 걸어간다

저 고양이도
마른 신열이 가끔씩 올라
한 밤중에 몸을 부대껴야
지친 넋이 위로가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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