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바타
2011.04.20 23:56
나의 아바타
끝 간 데 없이, 나락이
누렇게 익은 논둑길로
암소를 끌고 가는 꿈을 꾸고
어머니는 나를 배었다고 했다
소는 재산인데다
영글은 낱알들 들판 가득 들어차서
부자로 살겠다는 말
자라면서 귀가 닳도록 들었다
사춘기가 지나고
엄마가 되고
버팀목으로 일찌기 설정된 꿈은
휘청, 중심 잃을 때마다
저를 단단히 붙들어
낙관을 꾸욱 찍어주던 그 꿈은
논리나 지식으로 해석 될 수 없는
내면 깊숙히 투영된 신묘한 약이었다
날개도 없으면서
무사히 둥지 튼 천사의 땅 로스엔젤레스
텃세 센 잡수풀 휘저어
꺾꽂이로 꽂은 몸에 뿌리가 내린 것은
순전히 부자로 만들겠다는 꿈의 의도가
나의 아바타를 조정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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