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2011.05.22 07:06
소
누가 저들에게 저 순한 이름을 붙혔을까
커다란 몸 속에
고정되고 고착된 기질이 있는 저 족속은
초원으로부터 흘러 왔을 것이다
신기루를 닮아 눈망울이 초연한 저들
예정된 삶을 미리 알고 살아가는
몸통째 슬픈 저들을
공중에서 촬영했는데
가령,머리가 동쪽이면 꼬리가 서쪽
꼬리가 서쪽이면 머리가 동쪽
어느 것 하나라도 남쪽이나 북쪽으로는
머리를 두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떤 탱탱한 끌림 안에 갇힌 공의 무게를
우리는 감히 짐작할 수가 없다
지구과학의 섭리 쪽으로 기우는 감각들이
고삐가 없어도 육신을 더듬어
방향을 다스리므로
자전적일 수도 있고 유전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소는 절대로 죽이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다는 힌두교인
그래서 자유롭게 앉아 있거나 걸어다니는 소를
그 지방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데
그들에게 소가 절대적 신앙인 것은
자신들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육감으로 꿰뚫는 우직한 눈이
어떤 호령에도
천년 보살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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