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값
2012.02.21 23:51
나이 값
나이가 드니 말이 헛나온다
생각과 말이 따로 놀아
생각은 5번 길인데
말은 그 옆길 10번으로 나온다
입은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몇십 년 밥 먹듯 해온 말을
고분고분 정갈하게 하지 못하고
일랑절랑 너픈너픈 딴 말을 내뱉는다
다 시간 탓이다
시간이 몸에 무늬를 새겨 넣은 탓에
입에 침이 마르면서
달달한 것이 땡기고
뜨뜻한 아랫목이 받치더니
오장육부가 헐거워졌나 보다
오랫동안 소통되던 기관들이
제 기능을 기억하지 못하고
딴 짓을 똑똑하게 한다
공로 없이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고매한 말은 못할망정
엉뚱한 말이 잔망스럽게 튀나오니
민망한 심신이
저 혼자 불안하고 창피하다
아무래도 나이 값을 치루지 않고
거저먹은 탓일 게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 | 디아스포라의 밤 | 정국희 | 2011.01.02 | 696 |
42 | 놋그릇 | 정국희 | 2009.08.15 | 705 |
41 | 데쓰 벨리 | 정국희 | 2010.01.14 | 712 |
40 | 포쇄 | 정국희 | 2011.09.25 | 712 |
» | 나이 값 | 정국희 | 2012.02.21 | 717 |
38 | 불면으로 뒤척이다 | 정국희 | 2008.09.18 | 723 |
37 | 꼬막 | 정국희 | 2010.11.30 | 724 |
36 | 가재미의 말이다 | 정국희 | 2009.08.20 | 727 |
35 | 멸치젖 | 정국희 | 2009.08.15 | 728 |
34 | 청실홍실 | 정국희 | 2011.04.07 | 730 |
33 | 파도 | 정국희 | 2008.11.19 | 731 |
32 | 단전호흡 | 정국희 | 2012.02.09 | 732 |
31 | 마네킹 | 정국희 | 2012.02.29 | 743 |
30 | 백석의 시 /고방/ 감상 | 정국희 | 2016.11.23 | 754 |
29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 정국희 | 2010.08.07 | 776 |
28 | 바람 | 정국희 | 2012.02.03 | 780 |
27 | 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 정국희 | 2009.09.06 | 781 |
26 | 색 | 정국희 | 2010.02.19 | 781 |
25 | 횡죄 | 정국희 | 2010.02.04 | 783 |
24 | 여자 마음 | 정국희 | 2010.07.23 | 7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