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2012.11.30 02:38

정국희 조회 수:591 추천:56



향수


손님 없는 계산대에 앉아
깜박 졸음이 들라치면
아득하게 먼 샛길이 보인다
그러면 두 눈 그대로 감고
맨드라미 싸리나무 육모초
옹기종기 줄지어 선 돌담길로
찰랑찰랑 걸어가는 어린 소녀 본다

사시장철 풍치 좋은 산 아래
사대부집 후손으로 자리잡은 집
마당에서 놀던 감빛 햇살
불썬바위로 넘어가면
부녀자들 빌미 만들어 모여들던 집

전생은 어쨌든 간에
후생은 구렁이 되었다는
택호가 영암댁인 작은 할머니
당골네 말이 영험 있었던지
뒷간이나 곳간까지 구렁이 얼씬거려 쌓더니
끝내는 할아버지 데려가 불고
가산이 차츰차츰 반으로 줄어들었던 집

구렁이 같은 년이라고
눈꼬리 사납게 흘겨대쌓던 울할머니
큰 굿하며 잘못했다고 싹싹 빌던 그 집으로
함마니 함마니
쪼르륵 달려가는 어린 소녀 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오늘 정국희 2013.04.26 456
102 산국 정국희 2013.05.11 628
101 소리 2 정국희 2013.06.21 370
100 소리 3 정국희 2013.06.21 417
99 동창회 정국희 2013.07.10 495
98 헬멧 정국희 2013.07.29 375
97 바람 횡한 날은 정국희 2013.08.20 412
96 초상화 정국희 2013.10.15 280
95 떠남은 도착을 위함이라 정국희 2013.10.22 234
94 일상의 길목 정국희 2014.05.09 250
93 국화 정국희 2014.05.11 290
92 자카란다 정국희 2014.05.15 230
91 바람의 습성 정국희 2014.05.19 241
90 아름다운 회상 정국희 2014.05.28 163
89 얕은 잠 정국희 2014.06.03 300
88 시를 품고 살아서 정국희 2014.06.17 169
87 딸들아 정국희 2014.07.13 189
86 다산초당 정국희 2014.08.11 164
85 다음 생이 있다면 정국희 2014.12.03 138
84 딩요 정국희 2014.12.09 83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6
어제:
15
전체:
88,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