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

2012.12.26 12:29

정국희 조회 수:794 추천:55


사주팔자


술에 젖어 앉아 있는 머리가 푸하고 일어선
낯익은 사내 앞에 발걸음 멈춘다

식사는 하셨어요 묻는 말에
벌떡 앞장서서 들어가
먼저 탁배기 한 잔 주문하는 사람
최선을 다했지만 반복된 시행착오를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키고
씨익 계면쩍게 웃는다
드러누워도 엎어져도 한숨뿐이라
개도 나도는 놈이 배 채운다고
어슬렁 나와서는
너댓 살 차이 나는 건달들과
고드레뽕이나 하고 놀다
개평 챙겨 슬쩍 나오는데
던적 없이 눈물이 나왔단다
경자년 무자월 신미일 무자시에 태어나
사주에 불이 없고 목성도 없어
고독한 팔자를 타고 났다며
서털구털 넋두리하는 사내
변두리 햇볕을 쬐고 살아
거무스름한 게 꼭 팔월 무화과 낯빛에다
샐쭉 쳐진 눈하며 추레한 몰골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년 월 시를 되돌릴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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